미국이 때린 건 중국인데…"삼전·하이닉스 왜 이래"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2.10.1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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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때린 건 중국인데…"삼전·하이닉스 왜 이래"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행정부 차원의 반도체 규제에 나서면서 전 세계 반도체주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11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는 전장 대비 800원(-1.42%) 내린 5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173,600원 ▼600 -0.34%)도 전 거래일 대비 1000원(-1.1%) 떨어진 9만200원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삼성전자는 3.91% 급락한 5만4000원, SK하이닉스는 3.51% 하락한 8만80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장중 각각 5만1800원과 8만400원으로 동반 52주 신저가를 찍은 뒤 이달 들어선 소폭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한글날 대체공휴일 연휴로 휴장한 사이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주가가 다시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 특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는 미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으로 수출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D)은 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첨단 컴퓨터 및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조치'를 발표했다.

애당초 이번 규제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본격적으로 꺾는 것을 목적으로 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 및 업계 관측이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의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며 "미 상무부가 해외 기업에 대해선 중국 기업과 달리 개별 심사를 통한 허가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있는 비(非)중국 기업의 경우 사안별로 심사하기로 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중국 내 장비 수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및 대련공장은 이번 규제의 직접적 영향으로부터 빗겨나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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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금준혁 기자 =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말 전에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모습.  (C)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금준혁 기자 =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말 전에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모습. (C) AFP=뉴스1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규제가 중장기 관점에선 국내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도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규제로 향후 SMIC, YMTC, CXMT 등 중국 기업의 첨단 노드칩 생산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중국 기업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장기적으로 호재"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규제가 확실한 호재가 되려면 탈(脫)중국 시대를 위한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통해 중국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가 확실해진 만큼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며 "앞으로도 계속될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근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반도체 업계 내 실적이 함께 부진한 가운데 이번 수출 통제조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겹악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1.73% 급감해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게 됐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분기 매출액 12조534억원(전년 대비 2.1%), 영업익 2조2842억원(-45.25%)이라는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 여파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주 주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같은날 대만증시에서 TSMC는 8% 넘게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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