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망 사용료 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기류 변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취지의 망 사용료 법안 7건이 발의돼 있지만, 후반기 과방위원들은 저마다 신중론을 제기했다.
애초 법안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의원들은 입장 변화의 이유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장면도 연출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끼리 망 사용료 공청회를 했는데, 그 사이 구글과 넷플릭스가 공격하니 물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박성중 간사 등 7명이 관련 법안을 냈다"며 "여당 입장이 뭔지 물어보고 싶다"고 받아쳤다.
/사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트위터
정부 입장도 혼란스럽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은 망 사용료 법에 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러한 부분을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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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망 사용료 법에 대한 입장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문체부 최재원 방송영상광고과장은" 국내 CP가 해외 진출 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입법을 추진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ISP 측은 국회의 기류 변화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CP의 망 투자 분담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입법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우리 국회가 구글의 여론전 탓에 입장을 180도 바꾸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3일 성명에서 "구글 등 6곳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오늘날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유발하고 있다"며 망의 안정적 관리·운용을 위해선 글로벌 CP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방위 내에서도 여전히 법안 필요성을 고집하는 의견이 나온다. 옛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의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과거 ISP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CP가 우월적이다. (사업자 간)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 실패의 상황"이라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정치권에만 맡겨 놓지 않고 정부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오는 21일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망 사용료 법을 두고 또 한 번 설전을 펼칠 전망이다. 과방위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숌톤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일반 증인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