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영화 '국뽕불패' 재연…중국인 구출 '완리구이투' 흥행가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10.0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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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관식 앞서 애국주의 불지펴

완리구이투 포스터/사진=소후닷컴완리구이투 포스터/사진=소후닷컴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외교관들이 자국민 수천명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하는 내용의 중국 영화가 국경절 연휴(10월1~7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종의 '국뽕(무분별한 애국심)' 영화인데 제20차 당대회라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일 증권시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완리구이투'가 상영 5일째인 전날까지 7억위안 매출(약 1400억원) 실적을 거뒀다. 사상 최대 흥행작 장진호나 전랑2가 상영 5일째 각각 18억위안, 12억위안 티켓 판매 실적을 거뒀던 걸 고려하면 완리구이투 초반 질주는 고무적이다.



청년 감독 라오샤오즈가 메가폰을 잡고 장이와 아이돌그룹 멤버 왕쥔카이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2015년 아프리카 누미야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나라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외교관들이 현지 중국인 근로자 등을 구출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영화계 평론가들은 누미야라는 나라는 기원전 3세기 리비아 지역에서 번성하던 누미디야 왕국의 이름을 빌렸다고 해석한다. 여기에 2015년 예멘에서 중국인 구출 이야기를 버무려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중국인 3만6000여명을 탈출시켰던 사건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이 영화는 5월 제작에 들어가 정확히 국경절 연휴에 맞춰 개봉했다. 중국 정부가 어려움에 빠진 자국민들을 어떻게든 살려낸다는 '국뽕' 코드를 겨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야기 전개 틀은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가 아프리카 내전에서 자국민들을 구출한다는 전랑2와 매우 유사하다.

전랑2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오성홍기를 팔에 두르고 전쟁터 한 가운데를 돌파하고 여권 뒷면에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네 뒤에는 강력한 조국이 있다'는 문구(실제로는 없다)를 내보내는 노골적인 애국주의로 장진호에 이어 역대 2위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다.

영화는 이달 16일 열릴 예정인 제20차 공산당 당대회와 맞물려 타오르는 애국주의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내 모든 극장들은 주 2회 이상 애국영화 2편을 의무 상영해야 한다. 반면 농촌 사회의 부조리를 조명,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직시한 한 예술영화는 뚜렷한 이유 없이 상영관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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