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국면에서 달러의 가치만 치솟는다. 대내외적 악재에 둘러싸인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최대 17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9일 오전 10시47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7.7원 내린 1432.3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28일) 파운드화 급락에 따른 영란은행의 통화 대응책이 나오면서 각국 주요국 통화가 진정세를 보인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대내적, 대외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외환보유고, 단기 외채를 늘리는 등 안정성을 키웠으나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신흥국이 불리할 것이란 인식이 있지만 브라질,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며 "높은 중국 의존도, 반도체 사이클 둔화 가능성 등으로 원화는 예외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원화 가치의 상관계수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경기순환(시클리컬) 업종의 수출이 여전히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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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소버린 리스크, 영국의 신용위기 등의 외부적인 요인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보고 곧 떨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달러 인덱스를 거꾸로 2배 추종하는 '달러 곱버스' 상품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이번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5,945원 ▼5 -0.08%) ETF를 120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증권가에선 환율이 올해 연말까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1700원을 터치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경기 우위,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의 이유에서다.
안 연구원은 "채권시장의 윈도우 드레싱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제약 ,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환율이 1500원대로 상승할 것"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 외환시장 개입, 영국의 마진콜 사태 등이 시장의 쟁점이 된다면 신용문제의 현실화 여부에 따라 1600~1700원까지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이 높아짐에 따라 코스피도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한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까지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2조3100억원 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