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 오늘 임단협 재교섭...내부서도 말 많은 '평생 신차 할인'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9.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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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차별철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2.08.2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차별철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2.08.24.


기아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퇴직후에도 평생 신차 할인을 받는 '평생 사원증' 문제로 길어지고 있다. 장기 근속 후 퇴직자에게 평생 2년마다 한번씩 신차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사내에서도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제도 사수를 위해 천막 농성과 특근 거부 카드까지 꺼내 쓴 상황이다. 신차 출고 대기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특근 거부로 기아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서 12차 본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아 노사는 '평생 사원증' 제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기아는 그동안 근속연수가 25년 이상인 퇴직자에게 평생 기아 신차 구매 시 2년마다 30%의 할인혜택을 제공해왔다. 기아 노사 대표는 올해 첫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도의 조건을 75세까지 3년마다 25% 할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데다가 모기업인 현대차보다 혜택이 커 회사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다시 협상을 개시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는데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기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조2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3조8405억원으로 약 50%가량 증가했다.



기아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후 2주 넘게 천막 농성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3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의 특근 거부에 회사는 난처한 입장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차 대기 물량이 쌓여있는데 생산에 차질을 겪게 되면 대기 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기 차종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대기 기간이 18개월이다.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기아 내부에서도 평생 신차 할인 혜택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25년 이상 근속자들에게만 주는 혜택을 유지하기 보다는 당장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기아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퇴직한 사람들까지 먹여살리기 위해 회사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은 보기 싫다"며 "평생 할인을 유지해달라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평생 30% 신차 할인은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퇴직자에게까지 신차 할인을 제공하는 곳은 없고, 이런 혜택을 평생 제공하는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태도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불사한다"며 "현장의 요구에 맞게 사측이 변화된 모습으로 차기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해외 전기차 생산 문제 등 기아 노사는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아직도 단협에 매여 있는 상황"이라며 "특근 거부가 장기화되거나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기아의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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