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가?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22.09.28 09:10
글자크기

[웰빙에세이] 불의의 하수인이 되도록 하는 법이라면 어겨라

누가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가?


1846년 미국이 영토 욕심에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이 낸 세금이 전쟁에 쓰여선 안 된다며 납세 거부를 그의 도덕적 의무로 여깁니다. 앞서 소로는 노예제 폐지에 미온적인 미국 정부 반대해서 6년 동안이나 주민세인 인두세를 내지 않고 버텼지요. 이 일로 소로는 유치장에 갇혔다가 한 친척이 밀린 세금을 대신 내주는 바람에 풀려납니다. 이런 사연을 겪으면서 소로가 쓴 기념비적인 글이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이지요. 시민 불복종 운동의 사상적 기반이 되고,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저항운동에 씨앗이 되기도 한 이 글에서 소로가 묻습니다.

"불의한 법이 존재합니다. 그 법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요? 아니면 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개정될 때까지 그 법을 지켜야 할까요?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겨야 할까요?"



소로의 답은 이렇습니다.

"불의한 법이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하수인이 되도록 요구한다면 나는 분명히 말합니다. 그 법을 어기십시오."



소로는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며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악법도 법이라고 하나요? 악법은 법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구요?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 불경죄와 청소년 선동죄로 기소된 소크라테스가 최후 진술을 합니다.

"나는 여러분을 사랑하지만 여러분보다 신에게 복종할 것입니다. 나는 죽은 날까지 철학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위대하고 지혜롭고 강력하기로 명성 높은 아테네의 시민들여, 재물과 명예만 탐하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는 무관심한 여러분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비겁하게 입을 닫거나 구차하게 변명과 거짓을 늘어놓으면서 사느니 신 앞에 양심과 목숨을 걸고 부끄럼 없이 죽는 것을 택했을 뿐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감당할 수 없어서 죽였듯이 아테네인들은 소크라테스를 감당할 수 없어서 죽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돌아온 플라톤이 스승의 당부를 전합니다.

"죽음보다 치욕을 염려해야 합니다. 나 자신과 남들을 탐구하며 철학자의 삶을 살도록 신께서 정해주셨을 때 죽음이 두려워 내 자리를 뜬다면 나는 심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죽음을 피하는 것은 '잔재주를 부리는 일'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소크라테스를 참칭해서 악법도 법이라고 우기지 마십시오. 악법은 법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악법을 거부할 천부의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각자의 양심과 목숨을 걸고 고결한 도덕적 의무에 따라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