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만 팔아도 13배…K-배터리 돌파구는 쑥쑥 크는 '전기상용차'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9.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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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만 팔아도 13배…K-배터리 돌파구는 쑥쑥 크는 '전기상용차'


상용차 분야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차 판매 모델의 수소전기차·순수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단순 대수만 놓고 봤을 때 승용차보다 판매량이 적지만, 최대 13배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상용차 공략을 위해 K배터리 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상용차 1대에는 600~100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일반적인 전기차(75~80kWh)보다 8~13배 상당에 달하는 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마케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올해 35만3000대 수준의 전기상용차 시장 규모는 2030년 314만대로 연평균 31.4%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차는 화물차·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 차량 대비 누적 주행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자연히 높은 수준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요구된다. 버스는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공공재 성격이 강해 보급형 모델 중심이지만, 화물차 시장은 주요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전기상용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화물차보다 선제적으로 보급된 전기버스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가 주로 장착돼왔다. 고품질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에 주력하는 국내 3사의 경우 전기상용차 가운데서도 화물차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행거리가 길 수밖에 없는 북미·유럽이 주된 공략 대상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이베코의 전기화물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포드는 완성차업계 내에서 전동화가 다소 늦었다는 평을 얻었지만, 'E-트랜짓'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북미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이베코는 '굴절버스'로 유명한 상용차 전문 브랜드다. 현재는 버스보다 화물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삼성SDI는 지난 20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2022 IAA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에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고객사를 위한 비공개 부스를 마련했다. 현재 삼성SDI는 볼보와 미국 리비안 등이 제작하는 전기화물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포드·코치(Koc) 등과 터키에 설립하는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통해 상용차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3사는 지난 3월 앙카라와 인접한 지역에 연 30~45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생산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드·코치는 현지에서 '포드오토산'을 운영하며 연간 45만대 이상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3사 합작사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도 주로 상용차에 탑재되게 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로 탑재돼 BYD 등 중화권 배터리가 주름잡고 있지만, 전기상용차 분야에서는 국내 3사가 확고한 주도권을 쥘 것"이라면서 "삼원계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함유량을 높인 차세대 음극재 기술력을 통해 주행거리 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안정·내구성 측면에서도 중국을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뿐 아니라 폭스바겐·제네럴모터스·다임러 등 기존 상용차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구축해온 주요 완성차그룹이 국내 배터리 회사들과 안정적인 납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전망이 밝은 이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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