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증(Autism)은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병하는 뇌 발달 장애의 한 종류다. 사회적 상호작용 결여와 인지 발달의 저하 등이 대표 증상이지만,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해선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자폐는 주로 유년기에 시작된다고 알려졌지만, 유년기 뇌에서 생기는 변화가 성인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불분명했다.
그 결과, 뇌 변화는 유년기에 시작됐다. MYT1L 유전자가 없거나 불완전한 생쥐는 뇌의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 질환이 유발된다.
실험 대상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 일시적으로 정상화됐지만 다 자란 성체기에는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유년기와 성체기 모두 자폐 증상이 나타났지만 시냅스 매커니즘은 달랐다. 유년기는 흥분성 시냅스가 현격히 줄었다면, 성체기는 억제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급격히 증가해 균형이 깨졌다. 이는 유년기 뇌 변화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체기 직전까지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자폐 모델 마우스에서 조기 치료의 효과를 검증했다. 이번에는 자폐 증상을 만들기 위해'ARID1B' 단백질이 없거나 불완전한 생쥐를 만들어 유전자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유년기 ARID1B 단백질 결손이 뇌 전전두엽의 흥분성 시냅스 수를 감소시켰다. 이는 청소년기와 성체기 생쥐의 흥분성 시냅스 기능 감소로까지 이어졌다. MYT1L 유전자가 없는 생쥐와 달리, ARID1B 단백질 결손 생쥐는 성체기까지 자폐 증상이 이어졌다.
연구팀은 마우스에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약물인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생후 3주 동안 투여했다. 결과적으로 유년기 약물치료를 받은 돌연변이 생쥐는 성체가 돼도 정상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과 반복 행동을 보이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냅스의 신호 전달과 수 역시 정상화됐다.
김은준 단장은 "두 건의 연구를 통해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년기의 집중 치료 후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과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 후속 검증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