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변수 등으로 당분간 '킹달러'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연말에는 14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하는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이달에만 30원 이상 올랐다.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 대비 16%가량 떨어져 주요국 통화 가운데 일본 엔화(-24%), 스웨덴 크로나화(-16%)와 다음으로 하락 폭이 컸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0.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4.25~4.5%에 이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선 미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80%,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20%로 반양돼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폭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현재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수준이지만, 이번주 연준이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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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한은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아 있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국제수지 관점에서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차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향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역전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내년까지도 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주 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더라도 환율 진정은 잠깐일 것"이라며 "지금 강달러의 원인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긴축이지만 결국 통화 가치는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상대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나빠져도 중국과 유럽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달러화 가치는 물위에 떠있는 배처럼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밀려 올라가고 있다"며 "여기에 우리나라 무역과 수출 등이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악화된다면 환율 레벨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1450원을 넘어서 그 위로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환경 자체는 계속 이어져 연말 상단은 1450원까지 본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주식 등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고 과거 1.25%포인트까지 금리 차가 있었던 전례도 있어서 이례적인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외환시장은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데 이는 변동성이 심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 유럽이나 중국, 한국 반도체 수출 변수들 중에 하나라도 최악은 지났다는 심리가 나온다면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