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이어 에미상까지, 美 점령한 K콘텐츠...지나가는 바람 안되려면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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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美 에미상서 6관왕…감독상 황동혁·남우주연상 이정재
영화·K팝 이어 드라마까지…美 최고 권위 '어워드'서 잇단 낭보

(AFP=뉴스1) 이동원 기자 =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AFP=뉴스1) 이동원 기자 =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콘텐츠가 미국의 '안방'을 접수했다.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Emmy Award) 6관왕을 달성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K팝 대표주자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석권과 비교되는 성과로, 한국 창작물이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 '주류'에 한 발짝 더 접근했다는 평가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은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차지했다. 이달 4일 사전 시상식 격인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에서 게스트 여우상(이유미)·무대미술(채경선 등)·특수효과(정재훈 등)·스턴트(임태훈 등) 등 4개 부문 수상을 더하면 오징어게임은 에미상에서 6개의 트로피를 획득했다.



에미상은 프라임타임, 스포츠, 뉴스·다큐멘터리, 국제 부문 등 시상식이 여러 개인데 주최하는 단체도 각각 다르다. 다만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최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이야말로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이고, 여기서 감독상·남우주연상 등 핵심 부문을 한국 작품이 수상했다는 점에서 오징어게임의 성취가 남다르다.

황동혁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나 혼자 (역사를)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며 오징어게임 관계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에미상을 수상한) 비영어 시리즈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시즌2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황 감독을 향해 "창조적인 대본을 써줘서 감사하다. 대한민국에서 (시상식을) 보고 계시는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최대시장' 미국서 잇단 낭보
미국은 세계 콘텐츠 산업의 최대 격전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1월 발간한 '2021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8446억달러(약 1161조원)로, 2위 중국(3449억달러)의 2.4배를 뛰어넘는 등 비교 국가 모두를 압도한다. 앞으로의 성장 속도 역시 남다르다. 보고서는 "2025년까지 미국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4.5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조543억달러(약 145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콘텐츠 창작자들이 미국 시장의 높은 벽을 줄곧 두드려 온 이유다.

오징어게임오징어게임
이 때문에 미국의 여러 시상식에서 들려 오는 한국 창작물의 잇따른 낭보는 K콘텐츠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아카데미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감독·각본상을,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에서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배우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또 K팝의 대표주자인 BTS는 2017년 이후 매년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뮤직어워드의 여러 부문에서 단골 수상자가 됐다. 여기에 오징어게임의 에미상까지 더해지며, 한국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미국 콘텐츠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발돋움한 셈이다.

'넷플릭스·유튜브'에 기댄 K콘텐츠 신화…'지나는 바람' 될까
최근 수년 간 K콘텐츠의 성과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유튜브 등 국경을 허무는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 때마침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을 공략한 결과다. 세계인의 '집콕'이 글로벌 넷플릭스의 급성장을 이끌었고,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승선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작품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5번째 장편 '옥자(2017)'의 제작비를 넷플릭스에서 전액 투자받았고, 다른 작품도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에서 스트리밍되며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다. 기생충 신화의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2013년 데뷔 직후에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BTS의 무기는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박은빈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진행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막방 시청자 단체관람 이벤트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이 동시에 있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8.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박은빈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진행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막방 시청자 단체관람 이벤트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이 동시에 있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8.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는 현재 K콘텐츠 산업의 과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상력의 한계, 제작비의 상승, 인종적 다양성의 필요성에 직면한 미국 콘텐츠 산업이 아시아권에서 검증된 K콘텐츠를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K콘텐츠의 꾸준한 질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나가는 바람'에 그칠 수 있어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K콘텐츠를 빨아들이지만, 정작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데다 해외 진출은 요원한 상태다. 올 여름 일제히 선보인 '비상선언', '외계인 1부' 등 대작 영화들은 흥행에서 참패했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드라마 다수는 미국 드라마에서 본 듯한 장르물 범벅이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해외 자본의 '하청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계속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이스토리가 제작비를 보장하는 대신 IP(지식재산권)를 앗아가는 넷플릭스를 마다한 게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K콘텐츠의 '미국 점령'이 마주한 냉정한 현실이다.

K콘텐츠 지속적인 육성 목소리 커져
이에 각 분야에서 K콘텐츠의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OTT 자율등급제에 이어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이 관련 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는 양상이다. 또 K콘텐츠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IPEF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일본·인도 등 14개국이 참여한다"고 소개하며, IPEF를 계기로 무역 분야 디지털 규범·공통표준을 마련해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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