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결혼 언제?"…다시 시작된 잔소리에 2030 '명절대피소'로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09.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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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밤10시가 넘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밤10시가 넘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취업준비생 강모씨(27)는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친척 집에 가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미리 끊어놓은 스터디 카페에서 2주 뒤에 있는 입사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강씨는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오랜 기간 이어지는 취업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친척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며 "연휴라고 생각 안 하고 스터디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씨(31)는 고향 경상남도 진해에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다. 연휴가 짧은 탓도 있지만 명절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윤씨가 지난해 '결혼하지 않겠다'고 부모님에게 선언한 이후로 설득을 가장한 잔소리가 이어진 탓이다. 윤씨는 "명절에 내려가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데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며 "부모님께는 용돈만 부쳐드리고 최근에 등록한 스페인어 수업을 들을 예정"이라고 했다.



거리두기 해제 후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대면' 명절이지만 잔소리를 피해 각자의 '명절대피소'로 떠나는 청년들이 등장하고 있다. 명절대피소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고 대피해 있을 수 있는 학원, 스터디카페 등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는 주로 취업준비생들이 명절에 잔소리를 듣기 싫어 대피하는 곳이었으나 최근에는 미혼 직장인들도 명절 대피소를 찾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1530명을 대상으로 '귀향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고향 방문 계획이 없다고 답한 성인남녀는 37.0%였다. 이들이 방문을 피하는 이유로는 △직장, 아르바이트 등으로 연휴에 쉴 수 없기 때문(30.4%, 복수 응답) △취업 준비, 시험공부 등 자기 계발에 집중하기 위해(24.1%)△비대면 명절 문화가 익숙해져서(23.4%)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22.6%) 등이 꼽혔다.



이런 20·30세대의 귀향 기피 현상과 맞물려 높아진 '명절대피소'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는 교육업체도 있다. 파고다 교육그룹의 경우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명절대피소' 명목으로 스터디룸 운영할 계획이다.

스터디카페 키오스크 등 무인매장솔루션 '제로아이즈'를 개발해 운영하는 '오래'에서는 지난 3년간 구정, 추석 등 명절 연휴 동안의 스터디카페 이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올 추석 스터디카페의 정체예상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나흘간에 이르는 연휴 기간 동안 전국의 스터디카페 이용자는 대략 2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반기 공채 일정도 취준생들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아직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추석 명절에 지역 간 이동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공채 시험이나 면접에 영향을 줄까 우려한 탓이다.


취업준비생 최모씨(25)는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 최씨는 이번 추석 때 친척 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자격증 시험 준비에 매진할 예정이다. 최씨는 "워낙 대가족이라 이번에 많은 인원이 모일 것 같아 빠지기로 했다"며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고 걱정이 많아 할머니에게 미리 연락만 드리고 다음 명절 때 웃으며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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