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즐기는 리더십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대표 2022.09.0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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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제나라 군주 환공입니다. '논어'나 '맹자'는 물론 '장자'에도 나옵니다. '장자'에서 수레바퀴를 깎아 만드는 장인이 "왕께서 읽고 계신 옛 성현의 말씀을 기록한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유명한 구절에 나오는 왕이 바로 제환공입니다.

제환공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군주로 40여년의 재위기간에 관중 포숙아 등 뛰어난 신하들의 도움으로 제나라를 최고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제환공은 춘추시대 최대 패권국가의 왕이었지만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한 한량이었습니다. 제환공은 관중에게 이런 고백을 합니다. "과인에게는 3가지 나쁜 점이 있는데 사냥을 너무 좋아해서 밤늦게까지 짐승을 쫓느라 다음날 정사에 늦고, 술을 좋아해서 낮부터 밤까지 마시며, 여색을 너무 밝혀 여동생들이 시집을 가지 않을 정도"라고 말입니다.

술을 좋아하고 색을 밝히는 한량인 제환공은 어떻게 제나라를 춘추오패의 선봉으로 만들었을까요. 관중과 같은 최고의 참모에게 전적으로 믿고 맡겼기 때문입니다. 관중은 우리가 잘 아는 두터운 우정을 의미하는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나오는 그 관중입니다. 춘추시대 제나라가 최고의 패권국이 된 것은 제환공의 리더십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하인 관중의 업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원래 관중은 전쟁터에서 제환공을 죽이려 화살을 쏜 적(敵)이었습니다. 제환공이 패권전쟁에서 이긴 후 관중을 죽이려 하자 포숙아가 나서 당신이 천하를 차지하고 싶다면 관중을 쓰라고 권했고 이에 제환공은 드넓은 아량으로 관중을 중용합니다.

관중은 중국 역사상 춘추시대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인물로 정치사상가이자 실천가입니다. 공자조차 관중을 존경했습니다. 관중은 특히 중국 역사에서 먹고 입는 문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설파했습니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는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그 유명한 말도 사실은 그의 저작인 '관자'에 이미 나옵니다.

'맹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환공은 관중에게 배운 뒤에 그를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수고롭지 않고 패자가 되었다. 지금의 천하가 고만고만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가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신하로 삼기 좋아하고, 자기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신하로 삼기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환공은 관중에게 감히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고 함부로 부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리더십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 리더는 제환공처럼 참모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고 구성원들은 리더의 입만 쳐다보게 되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점점 복잡해지고 점점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만기친람형 리더십은 먼저 자신을 고달프고 불행하게 만들고 다음으로 조직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믿고 맡기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리더입니까, 아니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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