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상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바이든도 "인플레 둔화 보인다"…근거는미국 경제는 작년 말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마주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8% 급등하면서 1982년 6월 이후 최대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후 상승세는 더 가팔라져 지난 6월엔 9.1%를 찍으면서 41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다행히도 급등세는 한 달 만에 다소 진정됐다.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랐는데 이는 전문가 예상치(8.7%)를 밑도는 수치였다. 노동통계국은 7.7% 급락한 휘발윳값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구하기 투자 계획' 관련 화상 토론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둔화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일부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며 "유가 역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10여년간 없었던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하반기 물가, 상반기보단 낫다"
물론 지역별 편차는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강(强)달러 덕분에 다른 선진국보다 둔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JP모건은 예상했다. 달러 가치가 강해지면 미국의 수입 물가는 그만큼 떨어진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예측치를 인용해 유로존 물가는 이달 9%를 찍은 뒤 하락하고, 일본 물가는 올해 말까지 2.5% 안팎에 머물다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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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영국의 고통은 이들 국가보다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에너지 가격이 완만하게 움직인다는 전제로 영국의 최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1월 14.8%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잡히지 않고 상승세를 보일 경우 정점은 22.4%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상황은 에너지 등 물가의 주요 변수다. '탈 세계화' 움직임으로 물가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매파' 가득한 세계 중앙은행…침체 위기감은 ↑물가 상승세가 잦아드는 조짐은 보이지만 미국 등 많은 나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축소되는 분위기이지만 물가 자체는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연설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시장은 연준이 이달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도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을 계속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긴축을 늦추는 것에 경계를 드러냈다. 확실하게 인플레이션을 잡고 난 뒤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전문가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예일대 석좌교수는 "통화 긴축 충격이 나타나면 분명히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를 피하는 길은 '기적'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