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바둑이 '콩이(왼쪽)'와 까만 바둑이 '까미(오른쪽)'. 두 형제를 합쳐 '깜콩이'라 부르는데, 같은 배에서 나온 걸로 추정된다. '행동하는 동물사랑' 단체서 보호하던 까미와 콩이는 2017년 수빈씨에게 입양돼 둘도 없이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기사 써야 하는데 두 멍이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에 빨려들어 곤란하다./사진=행동하는 동물사랑 카페
그때 반려동물에 눈이 갔단다. 키우고 싶단 게 아니라, 몰랐던 존재를 알게됐단 의미다. 집에서 머지 않은 곳에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행동하는 동물사랑(이하 행동사)' 입양을 위한 보호소인 '입양뜰'이 있었다. 여기서 봉사하기로 했다. 엉킨 마음을 정리하며, 잘 몰랐던 존재를 배우리라 맘 먹었다.
행동사 '입양뜰'에서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까미와 콩이./사진=수빈씨 제공
날이 갈수록 심경이 복잡해졌다. 이 아이들과 가족이 되고 싶단 생각이 늘어가서였다. 봉사를 오갈 때마다, 예쁘고 안타깝고 수많은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해 본 경험도 없지 않냐며,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며 애써 맘을 가라 앉혔다.
콩이(왼쪽)와 까미(오른쪽)가 유기견 보호소에 있을 때 났었던 입양 공고. 머무는 곳에 따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표정이 어쩜 이리 다를까 싶다./사진=수빈씨 제공
"홀딱 반해버렸죠. 정말 애정 가득한 마음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겠더라고요."
2016년에 태어나 버려졌고, 이듬해 따스해지던 봄에 어느 절에서 발견된 두 강아지들. 유기견이라 '공고기한'이란 게 있었고, 특이사항엔 '겁이 많음'이라 적혀 있던 까미와 콩이. 원래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뜰'에 일정 기간 와 있으며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기다리던 작다란 두 바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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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뜰에서 '코오오' 잠든 콩이와 까미./사진=수빈씨 제공
그래서 까미와 콩이를 만지고 싶은 걸 조심하고, 예뻐죽겠는 마음을 감춰보려고도 했단다. 최선을 다해 마음을 주지 않아보려 노력했다.
신발장에 숨고, 의자 밑에서 몸을 마는 콩이보며…"가족이 돼야 겠다"고 결심
홀로 '입양 캠페인'에 온 콩이는, 늘 함께하던 까미가 병원에 가고 없어서,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다. 가족으로 맞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장면 중 하나이기도 했다./사진=수빈씨 제공
까미와 콩이는 결국 '입양뜰'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흙바닥이 있는, 원래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다 피부가 좋지 않았던 까미가 홀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숨이 시작될 때부터 늘 함께 였던 까미와 콩이. 그래서인지, 콩이는 까미가 없어지자 기운을 잃고 무척 힘들어했다.
피부병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던 까미./사진=수빈씨 제공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애들을 이렇게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오래 참고 눌렀던 애정어린 마음이, 끝내 가족이 돼야겠단 결심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까미가 처음 수빈씨의 무릎에 올라오던 날. 수빈씨가 보내온 사진 제목이 '첫 무릎'인데 어쩐지 뭉클했다.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 멍이들을 바라보고 다가갔을지 충분히 느껴져서. 그런 신중한 마음으로 가족으로 맞는다면, 유기견도 정말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사진=수빈씨 제공
그걸 깨달은 수빈씨는 확신했다. 깜콩이와 가족이 되어도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고. 고급 사료, 멋진 장난감을 못해주더라도 우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고.
가족이 되고…'기다림'을 통해 가장 값진 걸 얻었다
깜콩이와 가족이 된 뒤 함께하던 봄의 어느 날. 활짝 핀 꽃 앞에서 웃고 있는 까미와 콩이. 강아지도 이렇게 잘 웃는다. 글 앞쪽에 있는 사진과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고./사진=수빈씨 제공
수빈씨 부부와 까미, 콩이가 처음 바다에 갔던 날./사진=수빈씨 제공
함께하는 사계절을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가을에, 붉게 물든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며 웃고 있는 까미와 콩이./사진=수빈씨 제공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콩이(왼쪽)와, 겨울에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며, 산책하는 깜콩이(오른쪽)./사진=수빈씨 제공
수빈씨 부부에게 꼬옥 안긴 까미와 콩이.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참 행복하다. 세상엔 귀한 생명을 버리는 X도 있고, 잘 데려다 이렇게 웃게 해주는 좋은 분들도 있다./사진=수빈씨 제공
포옹하는 수빈씨와 까미. 참 편안해 보인다./사진=수빈씨 제공
앞으로 함께할 날이 더 많다는 것,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곁에 머물 거라는 것, 해가 뜨고 지는 모든 순간에 가족이라는 것. 안온하게 이어질 깜콩이네 가족의 행복을 깊이 응원하며./사진=수빈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