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실적 성장주, 삼성엔지니어링 "질주 시작되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8.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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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시가총액 10조였던 2011년 수준으로 매출증가. 현재 시총은 4.4조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화석연료는 불이 붙는 발화점이 각각 다르다. 발화점이 330∼450℃인 석탄은 불이 붙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붙으면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열을 발산한다. 천연가스는 발화점이 537℃로 더 높지만 인화점(불을 붙였을때 타기 시작하는 온도)은 무척 낮아 불꽃만 갖다대도 폭발, 순식간에 완전연소에 도달한다.

주식도 이처럼 발화점이 다르다. 이슈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와 폭이 천차만별이다. 별 것 아닌 뉴스에도 상한가로 치솟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호재에도 미지근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나중에야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주식투자가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이런 발화점만 잘 파악한다면 개인 투자자들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재료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이른바 '묵직한' 기업들은 실적호조나 경영여건 개선, 전후방 산업확대 같은 호재가 주가에 즉각 반영되진 않아도 언젠가 기업가치 만큼 오른다. 정보가 느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엔지니어링 (26,600원 ▲750 +2.90%)은 이런 측면에서 지켜볼 기업 중 하나다.

정유, 화학 플랜트 공사와 삼성전자 등 그룹 내 설비투자 공사를 맡고 있는데 최근 국제유가 강세에 따른 플랜트 수주급증,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마진개선, 국내외 설비투자 확대 등 호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속도는 무척 느리다.



1970년 코리아엔지니어링에서 출발한 글로벌 EPC업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삼성엔지니어링 사옥/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26,600원 ▲750 +2.90%)의 전신은 1970년 설립된 코리아엔지니어링으로 국내 최초의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이다. 1970년 대한석유공사 제3상압증류탑 프로젝트, 1976년 호남석유화학 에틸렌 프로젝트 등 1990년까지 국내 석유화학 콤플렉스 건설에 참여하면서 건설 수행 경험을 키워나갔다. 1991년 사명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바꾸고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1993년 중국 길림 EO/EG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태국 PTT GSP 프로젝트 등 에틸렌, 가스 관련 프로젝트에 강점을 보였다. 이후 2000년대 중동 발주 확장 시기에 적극적으로 해외수주에 나서면서 글로벌 EPC(설계, 조달, 시공)로 성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력인 플랜트 산업은 인적자원과 과학기술 전문지식을 통합하는 종합시스템 산업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기본 계획, 기본-상세설계, 기자재 구매-조달, 시공, 검사, 시운전 및 O&M(운영유지보수)까지 전 영역을 커버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부문은 크게 화공(정유, 석유화학, 가스 플랜트 등)과 비화공(산업설비, 인프라 등)으로 나뉜다. 시기별로 차이는 있으나 매출비중은 1:1 정도를 유지한다.


화공플랜트 부문은 석유나 가스의 탐사부터 생산, 운반설비와 석유류 제품 및 석유화학 원료의 생산, 공급설비 건설까지 에너지 산업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종합적 사업관리를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화공 부문의 그린솔루션 사업은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화공 부문에서는 일반 산업생산 시설과 인프라, 환경설비 건설 등을 망라한다.

화공플랜트 부문 주요 거래처는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 사우디 아람코(Aramco), UAE 아드녹(ANDOC) 등이 있다. 비화공부문은 삼성전자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국제유가나 가스가격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이곤 했다.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2011년7월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7만4000원을 넘기도 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10조원을 상회했다. 2011년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은 9조2982억원, 영업이익은 717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치열한 수주경쟁이 벌어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2010년 이후 중동 프로젝트 저가수주에 대한 후유증으로 2015년 완전자본잠식, 2016년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재무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2011년 : 매출 9.2조에 주가 17.4만원→올해 : 매출 9.1조에 주가 2.2만원
부상하는 실적 성장주, 삼성엔지니어링 "질주 시작되나"
2017년부터 수주 재개에 성공하면서 본격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 2018년~2021년 매출액은 5조4798억원→6조3921억원→6조7492억원→7조486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2060억원→4227억원→3612억원→5033억원으로 커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예상한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1850억원, 6620억원으로 주가가 최고가였던 2011년 수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달성 가능성은 높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매출 4조6568억원, 영업이익 3279억원, 순이익 253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4.3%, 27.3%, 29.7% 증가했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는 2만2450원, 시가총액 4조4000억원으로 2011년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추이를 보면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흐름을 형성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매출의 절반씩을 차지하는 화공플랜트와 비화공플랜트 부문의 실적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화공플랜트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사업수주가 줄잇기 때문인데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FEED to EPC(기본설계에서 설계·조달·시공까지)'전략이 주효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플랜트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FEED)-상세설계(Engineering)-구매(Procurement)-시공(Construction) -시운전-유지보수' 순으로 진행된다. FEED는 초기설계와 공사견적을 추산하는 사업의 첫 단계고 EPC는 상세설계와 구매, 시공을 묶어 말한다. FEED 후 EPC 전략은 프로젝트 초기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쌓고 EPC입찰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기본설계와 EPC를 동시에 수주하기 때문에 사업 효율성이 높고 수주 가능성도 커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서 약 8900억원 규모의 가스 플랜트를 수주했는데, 이게 FEED to EPC 전략으로 진행된 케이스였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Shell)의 자회사인 사라왁 셸(Sarawak Shell)이 발주한 프로젝트였다. 멕시코에서 발주한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수주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규모 사업이자 멕시코에서도 국가적 이목이 집중된 케이스였다.

기본설계부터 설계, 조달, 시공까지…토탈솔루션 빛났다
멕시코 도스보카스 모듈사진/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멕시코 도스보카스 모듈사진/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회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쌓아온 발주처 신뢰와 높은 프로젝트 이해도를 바탕으로,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혁신적인 기술 성과를 적용했다"며 "지난해와 올해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FEED 수주를 이어가고 있어 사업 시너지가 크게 올라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서도 FEED에 이어 설계업무를 수행해 EPC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중동, 아시아 지역 등에서 FEED 안건에 적극 참여해 성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의 성과도 주목할 대목이다. 글로벌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방향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해당지역과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기술력 있는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및 현지 제작 시스템을 통해 지역별 자체 EPC 수행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 7월초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 아람코의 NEC(National EPC Champion) 파트너로 선정, 사우디 현지회사인 ARPIC과 합작법인을 세워 아람코 프로젝트 수의 계약 자격을 얻기로 했다. 현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 전수 및 교육, 인력 고용, 업체 활용 등에 큰 관심을 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그린솔루션·환경인프라 등 신사업 부문도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등과 셰퍼드(Shepherd) CCS 프로젝트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국내 허브(Hub)에 집결시킨 후, 말레이시아로 이송, 저장하는 사업이다.

아시아 최초의 CCS 허브 사업으로서 밸류체인 전체를 한꺼번에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의 리딩사로서 사업개발주관 및 허브를 담당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벤처투자 신기술투자조합에 300억원을 출자해 수소와 탄소중립 분야 유망 벤처회사에 투자를 시작했다. 협업을 통한 기술 선점과 상용화,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에너지기술 기업 베이커휴즈와의 CCUS·수소 협력, 석유공사와의 저탄소·수소 암모니아 사업 협업 등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포스코와 체결한 국내외 수소개발 파트너십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청정수소 사업개발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3사는 그린암모니아, 블루암모니아, 그린메탄올, 그린수소 등을 생산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타당성조사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등 9개사 산·학·연 컨소시엄이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생산 파일럿 플랜트 실증화' 국책 과제 수행하기로 했다.

증권가 전망치 뛰어넘는 실적, 수주…확보한 일감만 3년치 달할 듯
부상하는 실적 성장주, 삼성엔지니어링 "질주 시작되나"
환경인프라 사업도 확장되는 중이다. 지난 6월 베트남 민간 최대 수처리기업 디엔피 워터(DNP Water)의 지분 24%를 약 527억원에 인수했는데 베트남을 동남아 수처리 시장의 거점으로 삼고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동 등 신흥 성장국 환경설비 확대와 국내 시설
현대화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장기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플랜트 기업의 경우 1~2년 뒤 매출을 담보하는 수주규모가 가장 중요한데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1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2년반 매출에 해당하는데 올해 수주계획(8조원)을 더하면 연말 수주잔고는 2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올해 연간매출 8조5000억원, 영업이익 6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인데 증권가 전망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PDH/PP 10억달러, 알제리 PDH/PP 15억달러, 태국 PTT GSG 5억달러 등의 낙찰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며 "캡티브 부문에서도 예년보다 높은 수주가 확보된 만큼 연간 수주 가이던스 초과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화공과 비화공 모든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으며 해외 화공부문에서의 신규수주 역시 하반기부터 본격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주가는 2만7000원~3만4000원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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