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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디지털헬스]"韓 디지털헬스 갈 길? 퇴직연금 참고하면 좋죠"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8.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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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최낙천 KB헬스케어 대표
작년 KB손보 자회사로 설립, 첫 수장
컨트롤타워, 부처 역학구도 벗어나야
연금 3층구조, 헬스케어에 접목 필요
솔루션 기업과 상생하는 플랫폼 꿈꿔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DX)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제도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시장이라고 봐요. 개인이 건강을 관리하면 개인은 물론 국가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잖아요. 개인이 차근차근 준비해 미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는거죠."

최낙천 KB헬스케어 대표는 17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최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보스톤대에서 보건의료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삼성화재 신사업파트 수석 및 헬스케어추진파트장, KB손해보험 디지털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설립된 KB헬스케어 첫 대표로 발탁됐다. KB헬스케어는 KB금융그룹이 고객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계열사다.(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이번 인터뷰에 참여했다.)

[미리, 디지털헬스]"韓 디지털헬스 갈 길? 퇴직연금 참고하면 좋죠"


건강도 준비 안하면 수십년 후 '절벽'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최적의 인프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한국의 인프라가 전 세계 최고"라며 "단일보험자(건강보험공단)가 관리하는 보건의료 체계로 전 국민 데이터가 한 곳에 완벽히 쌓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컨트롤 타워는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산업이다보니 근거법이 없고 부처별 권한이 혼재돼 있다. 구심점이 없어 속도감있는 육성이 아직 어려운 모습이다. 최 대표는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을 키우고 싶어한다"며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우선시 한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컨트롤타워는 부처 간 역학구도가 아닌 '보건'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 뒤 구성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게 사전 예방을 강조하고 사후 관리 때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자는 취지잖아요. 복지부, 기재부 등 모든 부처의 시각이 중요한거죠. 그래서 저는 정부에서 공공성과 경제적인 뷰를 섞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정 부처에 의해 움직이는 형태가 아니라 전 부처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 대표가 참고할 만한 모델로 제시한 게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사용자가 근로자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사용자나 근로자 지시에 따라 운용하다가, 사용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 혹은 연금 형태로 돌려받는 제도다. 고령화로 은퇴 후 노후소득 보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05년 국내 도입됐다.

최 대표는 "현재 국내는 '연금의 3층 보장구조(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로 보다 미래를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퇴직연금이 만들어질 때에도 노동계, 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었지만 합의를 도출해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기업(사용자) 입장에선 퇴직금과 퇴직연금 부담이 동일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퇴직금에 해당하는 돈을) 소득으로 다 주면 모으지 않고 써버려서 먼 미래에 소득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가 소득절벽에 내몰린 근로자를 책임져야 하는데 퇴직연금 제도 하에선 해당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에도 이 같은 '퇴직연금'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단 주장이다. "헬스케어는 모든 사람들이 고르게 누려야하는 생존권적 기본권이에요. 나이가 들면 아픈 게 가장 큰 리스크잖아요. 개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미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현재 최소한은 준비하도록 해야죠. 생활하랴, 의료비 내랴 퇴직연금만으론 부족하거든요. 여기에다 추가로 헬스케어 준비를 하겠다 하면, 연금 3층 구조처럼 준비하도록 하는거죠." 즉 헬스케어도 '국민건강보험→기업주가 제공하는 건강검진, 복지 포인트 등 헬스케어→개인의 실손보험'이라는 3층 보장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러한 구조에선 기업(2층)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사실 사람들은 제 돈으로는 헬스케어를 잘 안한다"며 "강제력이 있는 기업이 주체가 돼야 실행이 이뤄진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기업의 역할은 건강검진(사전예방)에만 머물러 있다"며 "사후관리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도 희망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다른 산업보다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데, 한국은 좋은 데이터 구축 환경을 갖췄음에도 데이터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과 기관 간 데이터 이동이 허용되면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중국은 규제가 많고 일본은 디지털화가 떨어지고 미국은 경험치가 많지만 영미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자본시장이 취약하고 (상업화) 경험치가 그렇게 많이 축적되진 않지만 풍부한 디지털 헬스케어 잠재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중립·개방 지키는 '플랫폼' 될 것
KB헬스케어는 이러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목표다. "언젠가는 어제 무엇을 먹었지, 현재 내 건강상태는 어떻지, 오늘 어떤 영양분 섭취가 좋고 운동은 어느 강도로 하는게 좋지 등을 매일 확인하는 세상이 올 겁니다. 초 개인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선 라이프 스타일 정보가 필수에요. 앞으로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나오겠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건 극히 일부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쓰는 SNS 앱이 카카오톡, 인스타, 페이스북에 그치는 것처럼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죠."

KB헬스케어가 꿈꾸는 건 여기서도 솔루션 기업들과의 '상생'하는 플랫폼이다. 최 대표는 "자사는 플랫폼 사업만 할 것이고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 전혀 없다"며 "수많은 소비자들을 솔루션 기업들과 연결해주는 역할로 소비자, 솔루션 기업, 자사 모두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저희는 플랫폼의 핵심이 공정성, 중립성, 개방성 세 가지라고 본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선수로 나서면 이게 깨지게 된다. 저희는 세 가지 원칙에 충실해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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