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준석 대표는 반발하며 비대위 구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의 인용 여부는 알 수 없다. 만일 인용된다면? 비대위의 정통성이 부정되고 집권 여당은 회복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치를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도출했어야 함에도 여전히 치킨 게임만 벌인다.
#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이 현실화되고 있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부패연루자가 수사당국에 의해 기소당하면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반명(반이재명) 측은 이재명 의원이 '셀프 공천'에 이어 또 하나의 방탄 조끼를 입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특정인을 위한 당헌 변경. '사당화'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친명(친이재명) 측은 '정치 보복'을 내세우며 개정할 태세다. 이 의원의 강력한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선봉에 섰다.
과격한 집단행동을 일삼는 '팬덤정치'에 포획당한 민주당. 지난 5년 '문파'(문재인 대통령 팬덤)에 휘둘린 민주당이 앞으로 5년 동안 '개딸'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집권여당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때 과감히 쇄신을 해야 하는데, 변화의 기회를 또 놓치고 있다는 탄식이 이어진다.
# 정치의 실종이다. 거대 양당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행위.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의 한숨뿐이다. 집권 여당도 제1 야당도 심지어 정의당까지 모두 비대위 체제에 빠져들었다. 내분과 내홍은 덤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의 현주소다. 서로 유능경쟁을 해야 하는데, 헛발질 속 못난이 경쟁을 하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상대의 실책에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민심이 자기들에게 돌아섰다며 만족해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물론 양당의 지지층에서조차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제역할을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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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정치란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그렇잖아도 살기 팍팍한 국민들이 오히려 여의도를 걱정한다. 아니 걱정의 수준을 넘어섰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고,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다고 조롱한다. 민생, 국민통합은 뒷전으로 밀어둔 정당의 실패, 나아가 정치의 실패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노룩(No look)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