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사원? 부지기가야?…韓中 외교=고사성어 공부시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2.08.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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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 중국 칭다오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 중국 칭다오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급 인사 방중을 계기로 중국 측이 옛 중국의 성현(聖賢)을 인용해 내놨던 압박성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중국 측은 공식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원할 때는 물론 한국의 대미 밀착 행보를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 차원에서 고사성어·경전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 4'에 한국이 가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한·미 밀월에 대한 중국 측 반발도 거세진 상황이다.

방중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한중 관계를 두고 '인이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其可也)를 언급했다. 이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구절로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했을 때도 박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는데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해당 발언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등 서방의 대(對) 중국 견제구도에 합류하는 듯한 행보에 들어가자 경전을 인용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0.11.26/뉴스1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0.11.26/뉴스1
왕 부장은 2021년 9월 15일 당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언급했다. 한중 수교 30주년(2022년 8월 24일)을 앞뒀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친척처럼 자주 만나야 하며, 공자가 삼십이립이라 했는데,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년을 앞두고 계획을 잘 세워가기를 바란다"고 한 것이다. 이 역시 논어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나이 서른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됐다는 의미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대청에서 오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5.9.2/뉴스1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대청에서 오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5.9.2/뉴스1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으로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꺼냈다. 이는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을 했고, 중국 국민들이 김구 선생님을 보호했다"며 "김구 선생님의 아들인 김신 장군님도 1996년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2022.3.11/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2022.3.11/뉴스1
항일 운동 과정에서 중국의 기여를 부각한 발언으로 당시 우리 정부가 논의하던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3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통해 보낸 친서에서 '수교의 초심'을 지키자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음수사원'과 일맥상통하는 외교적 메시지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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