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는 미국이 조작" 美음모론자 5600억원 벌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8.0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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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22 ④-1] '샌디훅 난사 조작설' 퍼트린 알렉스 존스, 막대한 수익원 확인 후 징벌적 배상판결
국내서는 형사·민사제재 미흡 지적도

2012년 미국 샌디훅 총기난사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치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4930만달러(약 64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알렉스 존스. 사진은 존스가 운영한 인포워스(Infowars) 홈페이지 캡쳐2012년 미국 샌디훅 총기난사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치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4930만달러(약 64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알렉스 존스. 사진은 존스가 운영한 인포워스(Infowars) 홈페이지 캡쳐


"2015년에서 2018년까지 서바이벌 게임용품, 다이어트 용품 판매수익만 1억6500만달러(약 2142억원). 이 사이트의 기업가치는 최소 1억3500만달러(약 1753억원)에서 2억7000만달러(약 3506억원)."

미국에서 유명한 음모론자이자 한 때 15억뷰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알렉스존스채널' 운영자였던 알렉스 존스(Alex Jones)의 매체 '인포워스'(Infowars), 그리고 인포워스의 모회사인 '프리스피치 시스템스'(Free Speech Systems)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왔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법원이 존스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의 배상액 평결 과정에서 증언 및 증거로 인정한 금액이기도 하다.



존스는 과거 음모론적 주장을 반복적으로 펼치다 소송을 당해 우리 돈으로 64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직접 피해를 끼친 데 대한 보상적 손해배상금이 411만달러(약 53억원), 이외에 별도로 매겨진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4520만달러(약 587억원)이다.

음모론과 가짜뉴스로 구독자 240만명에 15억 뷰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은 10년전 미국에서 발생한 '샌디훅 총기난사 참사'였다.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 뉴타운 소재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학생과 6명의 직원 등 26명이나 사망한 당시 총기난사 참사가 가짜였다는 주장이다. 존스는 샌디훅 참사가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미국 좌파들과 당시 오바마 정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고 희생자들이 실제로는 생존해 있다고 주장해왔다. '총기소유의 자유'를 헌법적 가치로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한 미국에서 그의 주장은 힘을 얻었다.



이전에도 존스는 미국 안팎에서 '극단적 음모론자'로 평가돼 왔다. 그는 1969년 달 착륙에 대한 정보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에서부터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사건, 2001년 9·11테러사건 등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조작한 사건이라는 주장 등을 펼쳐왔다. 그가 운영하던 유튜브채널 '알렉스존스채널'(AlexJonesChannel)은 15억 뷰에 24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기도 했고 그가 별도로 운영하던 뉴스매체 인포워스도 그가 괴짜스러운 주장을 퍼트린 주요 통로였다.

존스의 주장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제재 없이 미국내에서 유통됐다. 그러나 그 여파는 컸다. 샌디훅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은 존스를 추종하거나 지지하는 이들로부터 인신공격과 사이버폭력은 물론이고 자택에 대한 총격피해 등 살해협박까지 당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희생자 가족들이 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지속적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서비스 기업들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존스 및 인포워스 등의 게시물과 팟캐스트 등을 삭제했다. 존스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퇴출된 결과 수익이 상당히 줄었다고 불평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벌어왔던 돈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소송의 증거조사 과정에서 존스 및 인포워스, 프리스피치 등의 수익규모가 드러난 것이다. 처음에는 유튜브 구독자 등으로 수익을 거뒀을지 모르지만 그와 별도로 자신이 보유하던 사이트 등으로 유입된 추종자 및 지지자들에게 총기 제품이나 서바이벌 게임 키트, 다이어트 보조제 등을 판매한 수익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존스는 이번 소송을 제기한 희생자 부모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은 후 자신이 재정적으로 파산상태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어마어마한 수익원이 드러나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존스는 이번 소송 뿐 아니라 다른 희생자 가족으로부터도 소송을 당한 상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가벼운 관심도 그들에게는 돈이 된다
존스와 '인포워스'가 한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등의 지지를 받으며 유명세를 타기는 했지만 미국인들 다수가 존스의 지지자들인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존스는 '괴짜' '극단적 음모론자' 정도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짜뉴스를 퍼트린 존스의 해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한 번의 클릭과 같은, 음모론적 주장에 대한 잠깐의 관심마저도 존스와 같은 이들에게는 유튜브 등 플랫폼 광고 수익의 기반이 되고 존스와 같은 음모론자나 가짜뉴스 제작자들이 판을 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음모론자와 가짜뉴스 배포 행위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케빈 루스는 존스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온 후 '알렉스 존스에 대한 마땅한 벌이 거짓을 멈출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Don't Expect Alex Jones's Comeuppance to Stop Lies)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존스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에서 퇴출됐음에도 여전히 유명 팟캐스트나 유튜브 쇼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그를 신뢰할 만한 시사 작가로 여기지는 않는다더라도 최소한 '엉뚱한 기분전환'(A wacky diversion) 꺼리로 여긴다"고 했다.

또 존스의 일련의 행보가 미친 영향에 대해 "오늘날 대표적인 음모론자들은 '거짓말'과 '오락적 가치' 사이에서 '돈이 되는 최적 지점'(Profitable Sweet Point)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리 역시 존스의 터무니 없는 거짓과 같은 음모론에 더 둔감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서는 미미한 실형선고에 경제적 제재도 제한적
국내에서도 소위 '사이버렉커'(Cyber Wrecker), 즉 온라인 이슈가 발생할 때 논란을 짜깁기하는 영상을 제작해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 등 루머를 양산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는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민사제재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사실 또는 허위적시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각각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형 선고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숨진 아동의 유족과 세월호 사고 유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가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허위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실형 선고를 받았던 유튜버의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이 벌금형 선고에 그친다.

일부 사이버렉커 등 유튜버들의 무리한 주장이 경제적 동기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음에도 국내에서는 미국 등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현재로서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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