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시대의 끝?"…어려운 소뱅, 알리바바 지분 대거 매각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2.08.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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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사진=뉴스1손정의/사진=뉴스1


소프트뱅크가 중국 알리바바 지분을 대거 정리하면서 현금을 확보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가 기술기업 투자 성과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해 220억 달러(28조8600억원)를 조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선불선도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이라는 일종의 파생상품을 통한 매도 계약으로, 해당 주식을 넘겨 받는 투자사는 현재 주식 가치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건네주고 주식은 추후에 팔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이 방식으로 알리바바 지분의 3분의 1가량을 매각했고, 이와 유사한 파생상품을 통해 총 절반 이상의 알리바바 지분을 정리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방식의 지분 매각은 빨리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T는 이번 지분 매각을 두고 중국 기업에 투자해 부를 축적한 손정의 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 투자가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손 회장이 명성을 떨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투자보다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계속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펀드는 지난 1분기 270억 달러(약 35조원)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1350억 달러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와 스프린트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가 이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사무실 공간 스타트업인 위워크에는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상장이 무산됐다. 손 회장은 "내가 실수했다"며 "가혹한 교훈을 얻었다"고 인정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했던 영국의 핀테크 회사 그린실캐피털도 지난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손 회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금을 많이 쌓아둘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도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기술주 가치는 급락한 상태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손실이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비전펀드와 함께 소프트뱅크의 한 축인 ARM의 영국 런던 증시 상장 논의가 중단됐다. FT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사임으로 소프트뱅크와 논의 창구가 돼줬던 정부 인사들이 내각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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