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은행 문 '똑똑'…매월 불어난 기업대출, 양날의 검?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2.08.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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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증가 추이/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기업대출 증가 추이/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올 들어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매월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이 매월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대출뿐만 아니라 대기업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은행은 수익성 걱정을 덜었지만 좀더 촘촘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해졌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81조6743억원으로 6개월 전인 지난 1월 말과 비교해 5.84% 늘었다. 달을 거듭할수록 잔액이 불어난 결과다.



기업대출을 종류별로 나눠서 봐도 잔액이 매월 증가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587조379억원으로 6개월 전 대비 4.88% 증가했다. 같은기간 개인사업자대출만 놓고 보면 3.65% 증가율을 보였다.

특징적인 건 대기업대출도 매월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94조6364억원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서 12.23% 증가했다. 반년 사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계속해서 불어난 건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자인 중소기업, 개인사업자가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납입을 계속해서 미루면서 잔액이 쌓였다.

대기업대출이 늘어난 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는 등 자금을 직접 조달하기 마땅치 않아서다. 여기에 더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미리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이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아도 금리상승세를 감안해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선수요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업대출이 고르게 늘면서 은행으로선 가계대출 역성장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기업대출 덕분에 전체 원화대출 성장세는 이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이자이익 등 수익성 면에서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우량기업이 유입되면 월급통장 개설 등이 요구불예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수익성 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최근 금리 상승기를 맞아 정기예·적금 잔액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요구불예금 잔액은 줄어 은행의 고민이 컸다.

한편으론 좀더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우선 대출 원금 상환, 이자 납입 유예 조치가 9월에 종료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착륙을 논의하고자 금융당국과 금융권 협의체가 꾸려지기도 했다. 은행마다 장기 상환 스케줄을 짜는 등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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