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퇴직연금 다 넣었다"…4% 넘는 수익 '오픈런'까지 등장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8.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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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高금리 시대' 채린이가 몰려온다 ①

편집자주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 대신 채권을 사들여 원금 보장, 이자 수익, 매매 차익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절세 효과를 기대하는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도 뭉칫돈이 채권 시장에 몰리고 있다. 예·적금의 대체 투자처로 부상한 채권 투자, 어떻게 해야 하고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40대 직장인 "퇴직연금 다 넣었다"…4% 넘는 수익 '오픈런'까지 등장


#퇴직연금을 현금으로만 보유중이던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2030년 6월 만기인 국고채 9800만원 어치를 샀다. 채권 가격이 많이 하락한 데다 이를 감안한 연 이자가 5% 수준으로 예금보다 높다는 계산에서다. 퇴직연금이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자금인 만큼 채권처럼 좋은 상품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채권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다. 인기있는 채권의 경우 판매 27분 만에 완판되는 등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채권 가격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4%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개인투자자, 올해 채권 8조 샀다…전년 비 약 3배 증가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장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8조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5일까지 판매한 채권 판매액은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채권 매각액이 2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채권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15일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 300억원 한도로 선착순 판매한 채권 3종은 27분 만에 다 팔렸다.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한전채는 판매 때마다 완판 행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가 높은 변동성과 약세장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며 "과거 채권 투자했을 때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자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투자 연 4% 이상 수익률 기대…회사채 인기
올해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주식 시장이 부진했다. 올들어 전날까지 코스피는 17.64% 하락했다. 반면 최근 채권 투자의 경우 연 4%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발행된 시중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5%에 육박한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 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채권을 만기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만기까지 보유 시 안정성이 높은 채권으로도 4% 수준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권 3년물의 최종호가 수익률은 3.081%다. 국고채권 10년물은 3.184%, 회사채(무보증 3년) AA-등급은 연 4.043%, 회사채(무보증 3년) BBB-등급은 연 9.893%를 기록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은 "최근 표면금리가 1%대로 낮은 우량등급 회사채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해당 채권들의 경우 세전 4%대의 수익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채권 가격 싸졌다…저가 매수 노려라 VS 묻지마 투자는 금물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만큼 장기채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다. 통상 금리인상기에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르고 그 영향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올해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저가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고 분석한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여건에 의해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을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기에 편승해 무작정 채권 투자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송상은 KB증권 대치금융센터장 이사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채권 투자 관망세가 나타나는 등 일부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금리 상황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채권 역시 주식처럼 분할 매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채권을 일부 산 뒤 채권 금리 변동에 따라 채권 보유와 이익 실현을 결정하고, 투자 단계에서 PB(프라이빗뱅커)들과 상담해 추가 매수 여부 등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자 수익, 차익실현, 절세효과 등 투자자 본인의 목적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박 팀장은 "주기적으로 높은 이자를 수령하기를 원한다면 고쿠폰 채권을, 반면에 세금을 고려한다면 저쿠폰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며 "단순히 수익률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신용등급, 만기 등을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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