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령 역시 특정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횡령·유용 사건은 86건으로 집계됐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유용 규모는 67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조차 현행 내부통제 수준에 대한 자성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업 부문과 일부 전문성을 요구되는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건 대부분 은행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직원이 작정하고 횡령하면 못 막는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이는 오히려 내부통제가 그만큼 허점이 많다고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회 구성과 운용 체계 마련 등 윗단에서 내부통제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영업 일선 현장 등 실무 차원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내부통제의 실질적인 작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내부통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준법감시실의 내부통제 점검팀, 컨설팅팀, 상시감시 모니터링팀을 법규 준수팀와 영업조직·본부조직 모니터링팀으로 확대 재편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인사에서 장기 근속 직원에 대한 부서 이동을 실시했다. 금융권에서 횡령을 저지른 이들은 통상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업권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향후 은행 등 금융권에서 거액의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 TF를 구성해 내부통제 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영실태평가 시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