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민간주도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정부의 역할

머니투데이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2022.07.2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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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대전환의 시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경제·사회혁신을 이루기 위한 열쇠로 민간수요 기반의 혁신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과 정부의 전방위 지원하에 기업 혁신역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정부 R&D정책이 기술개발과 공급 위주로 이뤄지면서 연구과제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진 데 반해 R&D 성과의 사업화와 시장진출을 위한 민간수요 기반의 혁신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우리 국가혁신시스템(NIS)의 취약부문인 기술사업화, 성장동력 창출, 사회문제 해결 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와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수요 기반 혁신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대표적 민간수요 기반 혁신정책으로는 혁신제품 공공조달, R&D 조세지원, 신기술 규제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 기술혁신 제품의 공공구매와 조달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민간의 체감도는 부족한 상황이다. R&D 공공수요는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조사된 후 R&D 기획단계에서 일시적·단편적으로 활용될 뿐 혁신제품에 대한 수요자-공급자의 정보교류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수의계약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개발제품 시범구매제도 등을 통해 혁신제품 구매를 권고하지만 2020년 기준 기술개발제품 시범구매 금액은 2647억원으로 혁신제품 공공구매의 5%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직접 R&D 투자에 버금가는 4000억달러 규모를 혁신조달에 투자했다. 민간 혁신수요와 초기 시장창출을 위해 혁신제품 공공구매에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공공조달예산의 일정비율을 할당하는 등의 전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년 대비 혁신제품 공공구매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비율을 확대하거나 중앙정부가 블록펀딩 형태로 혁신제품 공공구매를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만하다.



다음으로 기업의 R&D와 혁신을 유인하기 위해 R&D 조세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R&D세액공제(R&D tax credit)는 가장 효과적인 혁신 진작의 수단이나, 한국의 R&D세액공제율(대기업 2%, 중견기업 8%)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단독으로 R&D를 수행하고 외부 혁신주체와 협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기업의 개방형 혁신을 위해서라도 R&D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고 신성장동력, 원천기술 분야엔 더 높은 세액공제율(20~40%)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규제로 인한 민간의 기술개발 의욕저해, 높은 진입장벽, 환경변화 대응미흡 등을 타개하기 위한 규제개선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의 신산업 비즈니스모델 중 40%는 한국 도입이 불가능하고 30%는 조건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단일제품에도 중복, 상충하는 규제가 존재하고 중복절차로 인한 규제순응비용이 상승하며 급격한 기술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속도도 저하된다고 응답했다. 신기술·신사업 분야는 선(先)시행 후(後)보완 방식으로 규제를 전면전환해야 한다.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의견을 접수해 상시적 규제개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혁신 기반을 다지고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민간의 기술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수요 기반 혁신정책으로 초기 시장조성자로서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 R&D 기획부터 성과활용까지 전주기에 걸쳐 민간과 정부가 협업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 투자를 담당하고 공공조달 등 비R&D 정책수단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요 기반 혁신정책이야말로 정부가 제시한 국정목표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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