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에 갇힌 반도체 학과 증원책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7.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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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하려던 대로 하드웨어, 비수도권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면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소재·부품·장비 등 하드웨어 만큼이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하면서도 수도권 대학들도 약한 분야입니다."

얼마전 충청도권 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최근 작성한 비수도권 대학의 반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증원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담겨 있었다. 이 교수는 비수도권 대학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방법을 통해 반도체 인재 확충과 지역 균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하면서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증원 검토에 나섰다. 고질적인 반도체 인재난 해결을 위해 수도권 학과 정원 규제를 풀어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돼 입학정원이 제한된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이 반발하면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비수도권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반도체 학과 정원을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반도체학과의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 대학 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서두에 언급한 교수의 제안처럼 반도체 인재 확보란 목표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주장에 매몰돼 밥그릇 싸움으로 흘러가면 자칫 인재확보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간 선호도 차이는 인정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올해 입시만 봐도 비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8곳 중 3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자원 개발과 인재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효율적 방안을 찾아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만족할만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밥그릇 나눠먹기가 아닌 각자의 밥그릇을 마련하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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