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06.03. *재판매 및 DB 금지
죽음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아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인들이 다른 사람에 대한 권리를 강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원을 통해 집행력 있는 판결 등을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국가로부터 과세권을 위임 받은 과세관청은 위와 같은 법적 절차 없이도 조세채권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만 하면 곧바로 강제집행을 통해 조세를 징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과세권한을 '과세고권'(課稅高權)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과세관청의 기존 과세고권 외에 직접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은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여 그 권한을 더욱 확대하였다. 납세자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곤란한 외관을 형성하는 등 적극적인 조세포탈 행위를 설계·실행함으로써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 조세채권자인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 부과·징수 가능성과 별개로 조세포탈 관여자들을 상대로 해당 조세채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9다293814 판결).
그리고 조세의 부과·징수 불가능 또는 곤란이라는 결과가 법으로 정해진 부과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 기간 내에 적법한 권한 행사를 통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 징수하지 못한 과세관청의 과실로 인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조세포탈 관여자에 대하여는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징역형과 벌금 병과 등의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막강한 과세권한을 갖는 국가 또는 과세관청이 조세포탈 행위자에 대해 위와 같은 형사처벌에 더하여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까지 추궁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대법원이 과세관청의 조세포탈 관여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이상 향후 과세관청은 조세채권 회수가 어렵게 된 경우 조세포탈 관여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조세채권을 회수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납세자들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한편, 과세관청은 납세자들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인정되는 다양한 과세 관련 권한들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권을 매우 제한적, 예외적으로 행사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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