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주할 '제 2의 지구' 찾을까…웹 망원경, 외계 행성서 물 발견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7.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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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심우주 사진 4장 공개
별의 탄생과 종말부터…외계행성 내 물 존재까지 파악

미국항공우주부(NASA)가 포착한 스테판의 5중주.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스테판이 1877년 발견한 별자리로 그의 이름을 붙였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미국항공우주부(NASA)가 포착한 스테판의 5중주.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스테판이 1877년 발견한 별자리로 그의 이름을 붙였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심우주(Deep Field) 사진 4장이 추가 공개됐다. 웹 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150~160만㎞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외계행성 내 물의 증거와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에 이르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과학계는 웹 망원경이 137~138억년 전 일어난 빅뱅 이후 생성된 최초의 은하는 물론 물의 존재를 찾아 지구 너머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부(NASA)는 12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웹 망원경이 포착한 고해상도 우주 사진과 분광 분석 자료를 공식 발표했다. 분광 분석이란 행성의 빛 파장을 분석해 대기 구성 물질 등을 밝혀내는 일이다.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장비(MIRI)를 활용해 별의 요람은 물론 외계행성 내 물의 존재를 찾아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특히 허블 우주 망원경이 십수년간 물의 존재를 찾았다면, 웹 망원경은 이를 7개월여만에 이뤄냈다. 우주 관련 연구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매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는 "사진을 보면 볼수록 은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부(NASA)는 별들의 요람으로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이 품은 우주 절벽과 어린 별들이 형성된 지역을 촬영한 사진.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미국항공우주부(NASA)는 별들의 요람으로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이 품은 우주 절벽과 어린 별들이 형성된 지역을 촬영한 사진.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웹 망원경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의 별들을 포착했다. 성운이란 별과 별 사이에 존재하는 가스 덩어리와 티끌의 집합체를 일컫는다.



이는 웹의 카메라가 우주 먼지(Cosmic dust)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별들이 형성되는 과정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웹 망원경이 초기의 별 형성 단계까지 포착하긴 어렵지만 극도의 감도와 공간 해상도 등을 보유했다.

NASA는 용골자리 성운이 품은 '우주 절벽'과 어린 별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용골자리 성운 안에 'NGC 3324'라고 불리는 어린 별의 형성 지역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달빛이 비치는 험준한 산처럼 보였고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마치 가디언스오브갤럭시같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같다.

NASA는 이 사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약 7광년 높이(light-years high,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라고 밝혔다. 이 지역은 어린 별들에서 나오는 강렬한 자외선과 항성풍으로 인해 성운이 만들어졌다. NASA는 "NGC 3324에 대한 관측은 별 형성 과정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5중주'(Stephan's Quintet). 1877년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스테판에 의해 발견된 별자리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5중주'(Stephan's Quintet). 1877년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스테판에 의해 발견된 별자리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5중주'(Stephan's Quintet) 사진도 공개됐다. 스테판의 5중주는 1877년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스테판에 의해 발견된 별자리로 5개의 은하가 모여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나타낸다.

스테판의 5중주 중 맨 왼쪽 은하는 'NGC 7320'으로 지구에서 4000만 광년, 다른 4개의 은하는 2억9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최상단에 위치한 은하인 NGC 7319에는 태양 질량의 2400만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의 블랙홀을 품고 있다. 이에 따라 NASA는 은하의 충돌과 블랙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재까지 웹 망원경이 포착한 가장 큰 사진이다. 1억5000만 화소를 자랑하는 1000개 그림 파일이 하나로 합쳐져 탄생했다. NASA는 촬영한 전체 이미지가 달 지름의 5분의 1을 덮을 정도라고 밝혔다.

NASA는 "은하계의 상호 작용이 초기 우주에서 은하계의 진화를 어떻게 주도했는지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천문학자들은 모든 은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은하의 병합과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2500광년 떨어진 남쪽고리 성운. 왼쪽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사진, 오른쪽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동일한 지점을 찍은 사진.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약 2500광년 떨어진 남쪽고리 성운. 왼쪽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사진, 오른쪽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동일한 지점을 찍은 사진.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웹 망원경은 죽어가는 별들을 응시했다. 별의 마지막 모습과 우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웹 망원경은 약 2500광년 떨어진 NGC 3132으로 알려진 남쪽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r)을 포착했다. '팔렬 성운'(Eight Burst Nebular)이라고도 불리며 성운의 지름은 약 0.5 광년에 달한다.

NASA는 이 사진의 중심에 있는 희미한 별은 수천 년 동안 모든 방향으로 가스와 먼지 고리를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별이 먼지에 덮여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또 웹 망원경 이전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모습보다 더 섬세한 사진이 찍혔다.

NASA는 "천문학자들은 죽어가는 별들이 내뿜는 가스와 먼지 구름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분자가 존재하는지 분자는 가스와 먼지 구름에 걸쳐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 망원경이 포착한 외계행성 WASP-96 b. 미국항공우주부(NASA)는 물의 증거를 찾은 만큼 지구 너머에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웹 망원경이 포착한 외계행성 WASP-96 b. 미국항공우주부(NASA)는 물의 증거를 찾은 만큼 지구 너머에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웹 망원경은 외계행성에서 물의 뚜렷한 증거를 발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2013년 최초로 물의 증거를 찾았지만, 웹은 이보다 더 즉각적이고 상세한 관측을 이뤄냈다. NASA는 물이 있다는 증거를 찾은 만큼 지구 너머에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특징짓는 거대한 도약(Giant Leap)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웹 망원경이 포착한 WASP-96 b는 우리은하에서 확인된 5000개 이상의 외계행성 중 하나다. 남쪽 하늘 별자리인 피닉스에서 약 115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질량은 목성의 절반 미만이고 지름은 1.2배 더 큰 WASP-96 b는 우리 태양을 도는 어떤 행성보다 훨씬 더 부풀어(puffier) 있었다.

웹 망원경은 WASP-96 b와 이 행성의 대기가 별 앞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현상을 관측했고, 이 행성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웹 망원경은 이 행성 촬영에 6.4시간을 들이기도 했다.

NASA는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을 둘러싼 대기에서 구름, 연무(연기와 안개)와 함께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며 "웹 망원경의 전례 없는 대기 분석 능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은하단 'SMACS 0723'.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은하단 'SMACS 0723'. / 사진=미국항공우주부(NASA)
앞서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웹 망원경이 포착한 은하단 'SMACS 0723'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은하단 SMACS 0723은 웹 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12시간30여분 동안 다양한 파장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천문학에선 희미한 물체를 탐지하고 연구하기 위해 매우 긴 노출 시간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은하단은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게 하는 '중력 렌즈' 역할을 한다. 사진에는 빅뱅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은하의 빛이 관측됐다. 과학계에선 웹 망원경이 은하의 빛을 포착해 우주의 진화와 외계생명체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웹 망원경은 허블 또는 스피처 망원경보다 10~100배 어두운 천체들을 볼 수 있고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며 "중간 크기의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천문학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 망원경의 임무는 태초의 은하를 찾아 우주의 기원을 찾는 일이다. 웹 망원경은 목표 수명 10~20년 동안 심우주에서 137~138억년 전 빅뱅 이후 2~3억년 뒤 생겨난 최초의 별과 은하에서 나온 빛과 외계행성의 존재 등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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