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원 탐색하는 '제임스 웹'..테니스 코트만한 차광막 펴고 가동준비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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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m 태양빛 차광막 모두 펼치는 데 성공
제임스 웹 망원경, 우주 '최초의 빛' 찾는 장비
인간 과거 되돌아가 볼 수 없지만 우주는 달라
우주는 점점 커지고 팽창한다는 '빅뱅우주론'
팽창 우주를 거슬러 가면 '태초의 은하' 목격
지구에서 150만㎞…은하의 빛을 적외선 관측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우리가 아는 것을 뛰어 넘고(Beyond what we know), 시간을 넘어(Beyond time itself) 과거의 우주 기원을 찾겠다는 임무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우리가 아는 것을 뛰어 넘고(Beyond what we know), 시간을 넘어(Beyond time itself) 과거의 우주 기원을 찾겠다는 임무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우주의 기원을 찾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5일(현지시간) 지구로부터 약 80여 만㎞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빛 차단막(차광막·Sunshield)을 모두 펼치는 데 성공했다.



차광막은 태양에너지를 차단해 웹 망원경이 절대온도 50도(섭씨 영하 223도)에서 작동하도록 돕는다. 5겹으로 이뤄진 이 장비는 '자외선 차단지수'(SPF·Sun Protection Factor) 100만에 달해 태양빛 복사열을 차단한다.

차광막은 세로 21m, 가로 14m에 달하는 초대형 장비다. 이 크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웹 망원경을 종이접기식으로 접어 로켓에 실었다. 접힌 장비를 우주에서 펼치는 작업의 절차는 344개에 달한다. 그중 차광막 전개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지만, 이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토머스 주버겐 NASA 과학임무국장(NASA 부국장급)은 "가장 도전적인 차광막 전개 성공은 웹 망원경이 과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의 독창성과 공학적 기술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라고 설명했다.

웹 망원경은 지난달 25일 아리안스페이스 아리안-5 로켓으로 발사돼 지구로부터 약 150만㎞ 떨어진 심(深)우주로 향하는 중이다. 현재도 행성 간 공간을 항행 중이며 발사 후 29일이 지나 목표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웹 망원경은 심우주에서 137~138억년 전 빅뱅 이후 2~3억년 뒤 생겨난 최초의 별과 은하에서 나온 빛을 찾을 예정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차광막의 역할. / 그래픽=김인한 기자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차광막의 역할. / 그래픽=김인한 기자


인간 과거는 되돌아가서 볼 수 없지만…우주는 다르다
인간의 과거는 되돌아가 볼 수 없지만, 우주는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우주의 기원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빅뱅 우주론'이다. 약 137~138억년 전 대폭발을 시작으로 우주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과거로 거슬러가면 '최초의 순간'은 마침내 한 점에 이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꽃이 피는 장면을 거꾸로 돌리면 꽃봉오리가 다시 오므라지고 싹이 땅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비슷한 장면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20세기 초 윌슨산천문대 망원경에 분광기(빛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는 기구)를 달아 은하들이 내는 빛을 연구했다. 그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먼 은하, 즉 오래 전부터 태어난 은하들일수록 지구와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가 점점 팽창해왔다는 이론을 연구로 입증한 순간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 지구로부터 550여㎞ 떨어진 지점에 허블 이름을 붙인 '허블 우주 망원경'을 보냈다.

웹 망원경도 이처럼 은하들이 내는 빛을 통해 우주의 기원을 탐색한다. 웹 망원경이 150만㎞ 우주로 간다는 건 '과거를 향한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94만5000여㎞(58만7622마일)를 항해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94만5000여㎞(58만7622마일)를 항해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은하의 빛을 통해 우주의 과거 '본다'
웹 망원경은 초기 우주의 별에서 나온 빛을 적외선으로 관측한다. 모든 물체는 열을 방출하는데, 적외선 센서로 이를 감지해 천체의 작은 빛을 감지한다. 먼 은하에서 오는 빛(가시광선 또는 자외선)은 우주 팽창 때문에 긴 파장(적색이나 적외선)에서만 보인다. 게다가 우리 은하와 우리 은하 밖에 있는 겹겹의 먼지를 뚫고 그 빛을 보려면 파장이 긴 적외선 외에는 볼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적외선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보다 더 멀리 더 어두운 우주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지구로부터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은 최적 관측 조건이다. 이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힘의 균형을 이룬다. 지구 대기와 중력으로 인한 빛의 왜곡이 줄어드는 상태다. 과거의 우주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배경이다.

웹 망원경은 향후 라그랑주 L2 지점에 도달해 다섯 달에 걸쳐 주반사경 미세조정과 과학 장비 점검 등을 진행한 뒤 본격 관측에 나설 예정이다.

웹 망원경은 미 NASA·유럽우주국(ESA)·캐나다우주국(CSA) 등이 1996년부터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를 들여 개발한 초대형 국제 우주 프로젝트다.

적외선(Infrared Light)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Visible Light)보다 더 선명하게, 더 멀리 더 어두운 우주까지 볼 수 있다.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적외선(Infrared Light)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Visible Light)보다 더 선명하게, 더 멀리 더 어두운 우주까지 볼 수 있다.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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