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10일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한국행 러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국내 업계가 글로벌 장비업체들과 함께 적극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바람이 내포된 발언이다. 이들 업체가 부품 조달을 대부분 국내에서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장비업체들 사이에서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업계 1위인 AMAT의 투자가 확정되면서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가 모두 한국에서 연구·생산시설을 운영하게 됐다. 네덜란드 ASML은 지난해 경기도·코트라(KOTRA)와 2400억원을 투입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램리서치는 경기 용인에 최첨단 장비 개발을 담당하는 '코리아 테크놀로지 센터'를 열었고 도쿄일렉트론(TEL)은 평택에 기술지원센터를 연 데 이어 화성에도 신규 R&D 센터를 구축했다.
주요 장비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국내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과 가까이에서 협력해야 할 필요 때문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14%로 세계 2위다.
미·중 갈등으로 서구권의 장비 기업들이 중국 제조업체들과는 협력이 어렵다는 점도 한국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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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기술 초격차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네덜란드 현지 AMSL 본사를 직접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 부회장과 함께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개리 디커슨 AMAT CEO를 만났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장비 공급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비 부품 수요가 늘고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온세미는 전력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국내 업체로부터 3500억원 이상 구매할 계획이다. 2000명 이상의 국내 직원을 고용한 AMAT는 국내 연구 인력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투자를 결정한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기업"이라며 "삼성 계열사인 세메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도 기술 이전과 매출 확대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