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 뒤 헛수고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7.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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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사진=pixabay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보니 헛수고를 많이 했다는 후회가 든다.

아이를 내가 생각한 진로에 맞춰 키우려 싫어하는 일은 억지로 시키고 좋아하는 일은 못하게 막았던 모든 노력들이 아이가 자라나는데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재수할 때까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에 미쳐 살 때 아무리 야단을 치고 잔소리를 하고 협박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아이가 너무 싫다고 했더니 한 지인이 "아이가 독립하려고 정 떼는 것"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도록 기다려 주고 좀 내버려 두라"고 조언해줬다.

그 지인 말대로 내버려두니 아이도 자기 미래가 걱정되는지 때가 되니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자기 갈 길을 정해 갔다.



돌아보니 아이가 말썽을 피운다고 생각하던 그 기간은 내가 아이를 내 뜻대로 조종하려던 욕심에서 벗어나는 기간이었고, 아이 스스로 일어설 것이라는 믿음을 키우는 기간이었고,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 분리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평생의 자랑으로 삼고 싶던 아이에게서 내 자신을 독립시키는 기간이었다.

주위를 둘러 보면 많은 부모들이 옛날의 나처럼 아이들의 스케줄을 시간 단위로, 심하면 분 단위로 관리하면서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따라주기를 바란다.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꿈을 꾸는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말만 듣고 따라와"라고 강요한다.

그런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는 문제아가 되고 억지로 순종하는 아이는 마음에 병이 생기고 생각 없이 따르는 아이는 평생 부모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가로 키우기: 아이가 자신의 꿈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란 책의 저자인 마곳 마촐 비스나우는 자녀를 성공한 성인으로 키운 70명의 부모를 만나 양육의 비결을 조사한 결과 공통적으로 자녀에게 극단적일 정도의 독립성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튜브의 CEO(최고경영자)인 수전 보이치키의 엄마 에스더이다.

에스더에겐 세 딸이 있는데 첫째가 수전이고 둘째는 대학교수인 쟈넷, 셋째는 생명공학 회사인 23앤미의 공동 창업자인 앤이다.

에스더는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5살 딸의 목에 이름표를 걸어주고 L.A.에 사는 할머니 댁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도록 했던 일을 꼽았다.

그는 "나는 4년 동안 세 아이를 낳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키워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은 스스로 하도록 했다"며 "그것이 아이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이 가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집안일이라도 맡기라"며 "아이들이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맡기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실패할까 두려워서다. 하지만 일찍 실패해서 빨리 배우는 편이 낫다. 부모가 평생 아이를 쫓아다니며 실패를 막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뷰티 서비스 회사인 디트로이트 블로우즈를 공동 창업한 니아 배츠는 "아버지는 내게 오늘은 뭘 실패했냐고 물어보시며 너의 상처 속에 재능이 있고 너의 실패 속에 기회가 있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의 탄력성 키우기'의 저자인 케네스 깅스버그는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도전"이라며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고 이끌어 주고 싶어도 아이들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너에겐 해낼 만한 능력과 지혜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마음대로 자녀의 진로를 정해 억지로 끌고 가는 수고는 돌아보면 다 헛되고 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나가는 아이 뒤를 따르다 도움을 요청할 때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성공하는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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