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전 본원에 1000명이 마실 수 있는 커피차를 보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열악한 임금 개선 논의 無
앞서 누리호 발사 직후 항우연 신진 연구자들 중심으로 낮은 초임 연봉에 대해 불만이 나왔다. 항우연은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예산 규모는 빅3에 해당되지만, 초임 연봉은 꼴찌에서 4번째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방문한 당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윤석열 대통령 영접 후기(부제: 공대 말고 의대 가자)'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는 성과금과 포상휴가를 받았지만 항우연은 윤 대통령이 제공한 커피차와 피자 그리고 회사에서 전복 삼계탕을 줬다"고 자조의 글을 썼다. 그러면서 "우리 연봉이 적어서 3년 차가 바로 옆 연구원으로 이직하는데 솔직히 부러웠다"며 "이제 SK온으로 원서를 쓰려고 하는데 입사 팁을 알려달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우연 관계자는 "대통령의 방문은 당연히 환영 받아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 반영한다고 했지만 연구진이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낼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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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경제 키운다고…항우연 기술, 기업에 헐값 이전?
(대전=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누리호 연구진 및 산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6/뉴스1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우주경제와 산업을 육성하려면 항우연이 지닌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일부 민간 기업이 항우연이 보유한 인공위성·발사체 기술을 헐값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그동안 우주 기술은 항우연이 육성해온 만큼 기술이 산업체로 이전돼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업이 먼저 필요한 기술에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항우연에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데, 현재는 항우연에 기술이 많으니 기업이 값싸게 이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블라인드에도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무상 이전 추진 중"이라며 "나라에서 공짜로 노동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현장 의견 반영 안 하는 '항공우주청'
윤 대통령은 이날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항공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위성과 발사체 개발을 넘어 탐사 로봇과 우주 교통 관제, 우주 실험장비 개발 등 우주 공간에서 필요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청은 미국항공우주부(NASA)를 모델로 한 범부처 우주 컨트롤타워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우주 기술은 정부 주도로 육성되면서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체는 기술 개발 경험이 없는 만큼 항공우주청이 만들어져도 항우연·천문연 등 연구진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블라인드에는 "일은 우리가 하는데 다들 숟가락만 얹으려고 한다"며 "우주청을 사천에 만드는 건 확정인데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우주 전담기관이 시골에 있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과 우주 분야의 산업 특성이 달라 분리해야 하고, 범부처 우주 역량을 총괄하려면 대통령이 우주를 직접 챙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항공우주청을 서울이나 세종, 대전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