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를 위한 소통

머니투데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2022.07.0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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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여성가족부/사진제공=여성가족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 중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젠더갈등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갈등과 긴장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벗어나 통합을 이루기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취업이 남성에게 유리'하고, '우리 사회가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반면 20대 남성 10명 중 5명은 징병제를 '남성을 차별하는 제도'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양성평등실태조사에도 20·3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30대 남성은 10명 중 4명, 20대 남성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둘러싼 인식 격차와 그로 인한 젠더 갈등에 대해 저마다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해석하고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 청년 세대가 좌절과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에게 서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다양한 현장에서 다니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성별, 연령, 직업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청년들에게 젠더 갈등에 대한 진솔한 생각과 경험을 물었다. 젠더 갈등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직접 겪은 젠더 갈등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었다.



그 중 겉으로 드러난 갈등과 실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구분해야 한다는 한 청년의 현명한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극심한 취업난,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군복무 등을 통해 경험하는 기회의 상실과 디지털 성범죄, 직장 내 성희롱, 혐오 표현,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 등 사회적, 정서적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미디어 등을 통해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증폭되고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려는 청년들을 만나며, 이 문제를 풀어갈 희망을 보았다.

서로 다른 경험과 이해관계에서 싹튼 갈등의 불씨는 오해를 땔감 삼아 큰 불로 번진다. 다를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입장을 조율하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여성가족부는 젠더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려고 한다. 결국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된 사회', '고정관념이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청년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갈등이 누적돼온 만큼 일거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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