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리 석유도 사세요"…이란, 러시아 따라 가격 낮춘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2.07.05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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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이란이 최대 석유 수입국 중국을 놓고, 자국과 마찬가지로 서방 제재를 맞고 있는 러시아와 경쟁하기 위해 원유값을 낮추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중국 시장에서 러시아 석유와 경쟁하기 위해 원유값을 인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는 국제유가 기준가인 브렌트유 선물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낮게 책정되고 있다. 8월 인도분 러시아산 원유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이란산 원유 가격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4~5달러 낮은 수준이었는데 더 떨어졌다.



이날 기준 브렌트유 선물가는 배럴당 112.02달러였다. 러시아산 원유(ESPO) 가격은 배럴당 79.47달러, 이란산 원유는 107.66달러에 책정돼 있다.

/사진=Kpler/사진=Kpler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이란산 원유의 몇 안 되는 수출 통로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도 원유 석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큰 손'인 중국으로 수출 방향을 돌렸다. 이 때문에 이란이 중국에서의 가격 경쟁력과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러시아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5월에 총 842만 톤의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는데, 이는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55% 증가한 양이다.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 함께 소속된 석유 강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대중국 1위 석유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중국 통계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기록은 최근 없는 달이 훨씬 많을 정도로 별로 잡히지 않는다. 5월에는 26만톤이 수입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시장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실제 이란산 원유의 중국 수입 물량은 5~6월 기준 하루 평균 70만 배럴(약 9만8000톤) 정도로 본다.


다만 2월 이후 꾸준히 증가한 러시아산과는 격차가 벌어져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 산업컨설팅업체 FGE는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중국 시장에서) 일부 이란산을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 밀려 곤란해진 국가는 이란뿐만이 아니다. 서아프리카의 앙골라, 가봉, 콩고민주공화국 등 산유국은 타격이 더 크다. 아프리카는 러시아나 이란에 비해 중국과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서 원유 운반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없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원유시장 분석업체 반다인사이트의 반다나 하리 창립자는 "이란과 러시아 간 원유 공급 경쟁은 전적으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이 값싼 원유에 의해 점유되는 걸 보는 걸프(중동) 산유국들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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