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조원 규모' 美 F-16 얻어낸 튀르키예…"에르도안 외교 승리"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7.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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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의회 설득해 F-16 튀르키예에 팔겠다"…에르도안,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어깃장 놓다 막판 철회

[마드리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동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지지 서명에 관해 고마움을 전했다. 2022.06.30.[마드리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동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지지 서명에 관해 고마움을 전했다. 2022.06.3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을 만나 튀르키예 공군 현대화를 위한 F-16 신형 전투기 판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신규 가입에 반대하다 막판에 이를 철회하는 협상카드로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튀르키예)에게 F-16 전투기를 팔고, 그 전투기들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에서 수십대의 신형 F-16 전투기 판매는 물론, 추가적으로 무기 및 장비를 개량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했다.

미국과 튀르키예 당국자 모두 "이번 F-16 구매 논의는 나토의 (스웨덴·핀란드 가입) 합의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튀르키예 정상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은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을 위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대가성있는 것)'가 아니다. 작년부터 이 구매를 지지해왔다"고 강변했다. 미국 의회의 F-16 판매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승인을 얻는 데 스스로 나서겠다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마드리드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F-16 전투기 구입 관련 미국 의회의 지지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하다면 (미국 측과) 회담을 더 열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 공화당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진심어린 노력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튀르키예 군의 현대화가 우선순위였다"면서 "튀르키예가 러시아의 S-400 미사일방어체계를 구매한 이후 미국은 2019년 튀르키예를 자국 록히드마틴의 보다 현대화한 F-35 전투기 구매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고 전했다.


미국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이번 거래의 규모는 약 60억달러(약 7조7800억원)에 달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수출되지 못한 채 묶여있는 곡물들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서서 해상 회랑(sea corridor)을 만들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돕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공식 열리기 전에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핀란드와 스웨덴에 관한 상황과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빼내기 위해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놀라운 일들에 대해, 당신이 한 일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핀란드에 나토 가입 찬성 조건으로, 튀르키예 내 무장 독립세력인 쿠르드족 관련 모든 단체와의 관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스웨덴에는 전체 인구의 약 1%에 달하는 10만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고, 의회에서는 쿠르드계 의원 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NBC는 정치분석가를 인용해 최악의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핀란드와의 '나토 가입 거래'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으며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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