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어비스컴퍼니
데뷔 16년차인 선미는 대중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룹 원더걸스 초창기에는 커다란 눈망울과 가녀린 몸매로 마치 인형에 가까운 예쁜 소녀의 이미지를 전달했고, 활동 말기 무렵 내놨던 'I Feel You(아이 필 유)'에서는 기타를 손에 쥐고 제법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여러 콘셉트를 소화했던 선미는, 솔로 가수로선 더 특별함을 꽃피웠다. 마냥 소녀로 머물 것만 같았던 여리여리한 이미지를 '24시간 모자라'나 '보름달'과 같은 노래에서 자신의 몸선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완전히 무너트렸다. 이는 선미에게서 섹슈얼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고, 예쁜 아이돌에서 디바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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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이러한 관점을 더욱 전달력 있게 보여준다. 그저 평범하게 웃고 떠드는 일상을 살 뿐인 선미의 모습에 남자들은 알아서 사랑에 빠진다. 존재 자체로 치명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남자들은 선미를 사랑할수록 열병에 오르고, 끝내는 죽음에 이른다. 사랑은 이뤘으니 상사병은 아니나 그것에 가까운 열병이다.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선미는 기도도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멈추지는 않는다. 삶에 주도적이면서, 천진난만하고, 자유로움으로 사랑스러움을 꽃피우는 인물. '열이 올라요'의 선미는 그렇게 그려진다.
선미의 캐릭터는 여성 뮤지션이 어디까지 콘셉트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증명해내는 분명한 챌린지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곡, 안무,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 실현하면서, 그것을 선명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은 그만이 이뤄온 성취다. 'You can't sit with us'를 낼 쯤부터 기세가 한풀 꺾였던 선미는, 공백으로 자신을 비우고 새로 채움으로써 꺾인 풀 위로 다시 새싹을 피워낸다. 지금의 선미는 열이 아닌 열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