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 청장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따른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공동취재)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만큼, 사표 수리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 역시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김 청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데 당장 사표 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의 사표는 윤 대통령의 귀국일인 다음달 1일 전엔 수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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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또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과 관련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폭넓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경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첫 외교 순방을 앞두고 치안의 총수가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난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경찰이 전임 정부에서 '충견' 노릇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경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치안감 인사가 두 차례 발표됐다'는 질문에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 버린 것이다.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을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자체는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24일에는 '김 청장의 자진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임기 이제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하냐"고 답했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청장의 사표 제출에 "경찰 지원부서 신설을 훼방놓고 마치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해 "검경을 다시 앞세워 독재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