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단기간에 빠른 금리인상은 그냥 적당히 지나간 적이 없다. 특히 2007년 미국의 금리인상은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한 고리를 노출해 더 큰 위기로 전이된 적이 있다.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위기 내성은 얼마나 될까. 그간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표면상 아직 큰 이상징후는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에 가려져 있는 부분도 있다. 금융기관 연체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 상황은 안심할 수 없다. 국내 상장 제조업 중 한계기업은 2020년 이미 16% 수준까지 증가했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그간 저금리 상황, 상환유예 조치를 감안하면 우려스럽다. 아마 2021년에는 더욱 증가했을 것이다. 금융기관 연체율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다르지만 증폭과정은 유사하다. 언제나 한계기업의 도산으로 시작된다. 한계기업 도산-신용경색-한계기업 증가-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긴축이 위기 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 길은 약한 고리를 미리 차단하는 데 있다. 한계기업은 정상기업의 자원을 잠식하고 정상기업까지 부실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전이효과가 있다.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한계기업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게 되고 위기가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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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구조개혁은 인플레이션 대응정책의 충격을 완화해 경제위기 가능성을 낮춘다. 구조개혁은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기극복의 성공담만큼이나 교훈도 많다. 미리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시간과 돈과 고통을 줄인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