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유류세 제로', 한국이라면..[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2.06.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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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연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를 이용하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2022.06.12.[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연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를 이용하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2022.06.12.


# 대통령은 한시적으로 휘발유 유류세를 0으로 낮추고 정유사들은 기름을 더 생산하라고 열을 올린다. 의회 다수당에서는 이에 대해 선거용이라며 반대한다.
# 의회 양당은 저마다 유류세를 추가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정유사들의 이익도 폭리라며 고통분담에 동참하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메아리 뿐이기에 공허하다.

휘발유 등 기름값이 연일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얘기다. 대통령이 유류세 얘기를 꺼낸 나라는 세계 3대 산유국이자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이다. 말뿐인 유류세 인하로 국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는 곳은 원유 생산량은 전무한데도 소비순위로는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이다.



고유가를 포함한 물가비상으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정확히는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각국의 권력지도도 뒤바뀌고 있다. 지난 19일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대통령 재선 두달뒤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여당 자유·국민 연합을 누르고 8년 9개월 만에 정권교체를 한 배경에도 2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폭등이 자리한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금 당장 대통령선거를 치를 경우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권토중래를 꿈꾸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미국 성인 1541명 상대 차기 대선 가상대결 조사 결과(지난 10∼13일))까지 나온 상태다.

권력구도가 뒤흔들린 나라에서는 표에 대한 열망이겠지만 진영을 넘어선 논쟁도 뜨거웠다. 의회 1당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집권당의 과반의석 점유를 막아선 좌파연합의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정년을 현재의 62세에서 60세로 하향하고 최저임금 15% 인상, 생필품 가격 동결 등을 내세운 것은 특징적이다. 대선을 통해 법인세 감세, 퇴직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집권당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적어도 정치적 풍향계는 지난 3월 대선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5월 지방선거 국민의힘 압승에 이르기까지 여권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신감의 발로인지 여권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쟁점화, 검찰과 경찰 대상 속전속결 인사 등으로 연일 치고 나간다. 검찰수사권 문제를 법적으로 매듭짓다 역풍을 샀던 거대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약속대로 여당에 넘긴다고는 했지만 샅바싸움에 여념없다. 양당 지도부가 여당은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를 두고 연일 시끄럽고 야당은 전당대회에서의 이재명 의원 등 유력주자의 대표출마를 두고 갑론을박중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는 사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경제위기는 날이 갈수록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금리와 고환율은 인플레 전쟁(고물가)의 잠재적 화약고임도 분명하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200원에 육박하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돌파했다. 경제부총리는 6%대 물가상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고유가 관련 논쟁까지는 아니지만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같은 소속 정당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 언급이 나온 상태다. 하지만 발언 순번이 있는 당내 회의였을뿐 여야 토론이 있는 논의의 장은 아니었다.

프랑스처럼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곳도, 미국처럼 정유사의 이익과 유류세와 관련된 시장경제 원리 합치여부 등 난상토론이 열릴 수 있는 곳도 국회다. 그곳은 의사봉을 두드릴 사람도 못 정한채 한달째 닫혀있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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