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스타뉴스DB
이번 사건으로 특정 인물과 제작사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고소로까지 이어지게 된 데에는 이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사건의 배경은 지나치게 뮤지컬계가 배우 중심 구조로 운영된 데에 있다. 한국 뮤지컬계의 스타 의존 비중은 지나친 바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예술에서 스타 시스템은 필연적인 요소이다. 스타 시스템은 대중예술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다. 그럼에도 한국 뮤지컬계는 지나친 배우 중심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뮤지컬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출연료가 회당 1000만 원이 넘는 뮤지컬 스타 배우들이 많아졌고, 심지어는 회당 2~3000만 원에 이르는 배우도 꽤 된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스타 배우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많은 출연료를 제공하더라도 톱 스타가 출연하는 횟차를 매진시키고, 출연 자체가 홍보적인 가치가 있어 홍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뮤지컬의 홍보 마케팅 비중은 2009년 20.4%에서 2017년 13.2%로 축소되었다.(앞의 논문) 그만큼 톱 배우가 매출에 기여를 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작사에서도 톱 배우에게 서로 높은 출연료를 제안하면서 모시려고 한다. 흥행 보증을 하는 톱 스타를 캐스팅한 작품은 수익을 낼지 모르겠지만 출연료 상승은 뮤지컬의 수익 구조 악화와 뮤지컬 생태계를 병들게 했다. 배우가 캐스팅 관여 역시 이러한 한국 뮤지컬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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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배우의 출연료 인상은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주조연급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뮤지컬 제작 비용을 높이게 한다. 결국 제작사의 부담은 늘어나고 뮤지컬의 수익 구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2017년 대형 뮤지컬의 1회당 평균 제작비는 6300만 원이다.(앞선 논문) 반면 2021년 서울에서 올라간 대극장 뮤지컬의 1회당 평균 매출 수익은 5000만 원 정도였다.(KOPIS 통계 자료) 서울에서 대형 뮤지컬이 평균 60여 회를 공연한다고 봤을 때 티켓 판매로만 따지면 작품당 평균 6~7억 원을 손해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뮤지컬 수익에는 티켓 판매 이외에도 MD 판매라든가, 티켓 판매 수치로만 살필 수 없는 수익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가장 대표적인 수익원인 티켓 판매에서 이렇게 큰 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한국 뮤지컬 시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작품 제작비의 일정 비용에서 배우 출연료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홍보마케팅비 이외에 프로덕션 비용 비중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프로덕션 비용은 무대나 의상 등 실질적인 작품을 만드는 비용이다. 프로덕션 비용이 2009년 27.5%에서 2017년 22%로 약 5% 정도 가량 줄어들었다. 프로덕션 비용은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평균 비중이 점차적으로 줄어들면서 작품성보다도 캐스팅에 몰두하고 있는 제작 환경이 증명되었다.
이번 옥주현과 김호영 사이에 고소로까지 이어지면서 불거졌던 사건은 근본적으로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배우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벌어진 일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맥 캐스팅은 특정 배우 한 명만의 일탈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질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요구해 왔던 일이고, 비단 뮤지컬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업계 내부에서 곪아오던 상처가 외부로 드러났을 뿐이다.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이 사건을 기회로 한국 뮤지컬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춰내고 공론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