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과거 기업들의 반(反)경쟁행위는 대개 소비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플랫폼 시대에는 경쟁을 저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 후생을 끌어올리는 사업전략이 됐다.
어떤 배달앱이 경쟁 배달앱을 시장에서 쫓아내고 그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들을 모두 확보했다고 가정해보자. 반경쟁적인 방법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경우 예전 같으면 바로 경쟁법 집행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경쟁사업자가 제거돼 소비자한테도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됐을 것이다.
하지만 독점 배달앱 상태가 오랜기간 지속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경쟁 플랫폼이 사라지면 독점 배달앱은 음식점 수수료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주던 쿠폰 발행을 중단할 지 모른다.
배달앱 사례만 봐도 경쟁법 집행에서 고려할 점이 예전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 집행을 위해선 플랫폼 사업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살피고 그 크기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 이는 전통산업과 비교할 때 난이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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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소비자 후생을 잣대로만 경쟁법을 집행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소비자 후생이 개선된다는 점만 고려해 거대 독점 플랫폼 탄생을 용인하면 또 다른 폐해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거대플랫폼의 경제력집중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플랫폼 시대에서 법 집행의 시점은 매우 중요해졌다.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면 플랫폼 특유의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시장상황을 돌이키기가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 집행 수준도 관건이다.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혁신적인 서비스의 등장을 막을 수 있어 법 집행의 적정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교한 경쟁법 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소비자 후생의 증감, 경쟁제한에 따른 폐해의 크기, 소비자의 고착화 등으로 인한 후생 손실를 정교하게 측정해 적정 수준의 법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경쟁법 집행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욱 분석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