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대표
엔허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19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협력계약 때문이다. 당시 엔허투는 2017년 HER2라는 유전자가 고발현된 말기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로 '혁신신약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받았으며 2019년 계약 직전에는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 신청을 앞뒀다. 그리고 계약 후 예상대로 2019년 12월 FDA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항체약물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ADC)는 '표적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에 매우 독성이 강한 '약물'을 연결해 '약물'이 '표적단백질'이 많이 있는 암세포에서만 작용하도록 설계된 정밀유도폭탄에 비유되는 혁신적인 개념으로 이미 최초 치료제가 2001년에 허가받은 개념이다.
이로써 1998년 스위스 로슈가 HER2에 대한 항체인 허셉틴의 FDA 허가를 받으면서 맞춤의학-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개념이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즉 유전자 형태에 따라 환자를 선택해서 치료한다는 의미-시대를 열고 '항체항암제 시대'를 열었다면 다이이치산쿄는 이번 엔허투로 본격적인 항체약물중합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첫 항체약물중합체는 2001년 화이자가 허가받았고 가장 주목받은 ADC 전문회사인 시애틀제네틱스의 애드세트리스(Adcetris)가 2011년 허가받았는데 두 약물 모두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회사가 ADC의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기반기술들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했고 뜻밖에도 성공적인 ADC의 첫 사례로 일본 전통 제약기업 다이이찌산쿄가 의미있는 첫 승자가 됐다. HER2에 대한 항체로 항암제 시장에 '항체치료제'와 '맞춤의학'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든 로슈는 1990년 혁신연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벤처였던 제넨텍의 주요 지분을 인수했고 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바스틴, 리툭시맙과 허셉틴이라는 대형 품목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며 '항체항암제'의 최장자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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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슈가 개척한 HER2 분야에서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혁신을 이루고 있다. 아직도 글로벌 진출의 첫걸음을 떼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주목하며 연구해야 할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