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심' 강한나, 사진제공=지앤지프로덕션
KBS2 '붉은단심'의 내궁 유정(강한나)은 결코 만만치 않은 여자다. 부녀자의 훈육을 하려 하면 논어로 토론을 하자며 눈을 반짝이고, 부모를 잃은 후엔 직접 죽림현을 이끌어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을 먹여살린다. 아이 시절 유정에게 그의 아버지는 "너는 어찌 여인으로 태어났느냐"고 말했을 정도로 타고난 기질이 남달랐다. 유정은 여자이기보다 존엄한 인간으로 서 있길 원했고, 남자들의 정치 싸움 속 바둑판의 알이 되길 거부했다. 지존인 왕을 상대로 "견제"라는 단어를 들이미는 강단은 그간 사극 속 치정 싸움만 하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를 사랑한 왕 이태(이준)와 그에게 보살핌을 받던 죽림현의 백성들은 유정을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으며, 노비와도 언니 동생하는 여자. 그래서 보호받기보다 먼저 누군가를 지켜주고 변화시키려 하는 여자. 유정은 강한나가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있는 역할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관습마저 초월한 자립적인 인물이다. 그를 주목할 만한 신인 연기자로 끌어올렸던 영화 '순수의 시대'의 가희는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이를 끝까지 쫓아가 복수에 성공한 인물이었고, 직전에 출연한 드라마 '스타트업'의 인재는 백조처럼 우아한 외관과 달리 물 아래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발을 휘저으며 젊은날의 성공을 쟁취한 인물이었다.
'붉은 단심' 강한나, 사진제공=지앤지프로덕션
고통을 알지 못해서 무던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낼 만큼 강한, 이런 강한나가 지닌 생명력은 자칫 뻔한 남자판 정치 사극이 될 수 있는 '붉은 단심'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이름처럼 강한, 강한나의 필모그래피는 시대가 원하는 자립적인 여성 캐릭터의 가장 큰 얼굴이 됐다. 보호란 단어를 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만만치 않은 내궁 자가 강한나. 반드시 뜻하는 바를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