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파업에 철강 '1.5조' 석화 '3.5조' 손실…후유증, 길고 깊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이재윤 기자, 이강준 기자 2022.06.17 05:30
글자크기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8일 만에 파업 철회 결정으로 화물차들이 운행을 재개한 15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2022.6.15/뉴스1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8일 만에 파업 철회 결정으로 화물차들이 운행을 재개한 15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2022.6.15/뉴스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정부와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8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시멘트·완성차 등 일부 업계의 경우 조(兆) 단위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화물운행이 재개됐지만 조업 정상화까지는 수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번 총파업에 따른 생채기가 예상보다 심각할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화물연대의 합의가 이뤄진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주요 사업장의 입·출하가 재개됐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종료 선언에도 자체적으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노조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장의 물류 기능이 정상화된 상태다. 물류는 점차 제 기능을 하고 있지만 물류 피해기업의 조업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철강업계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파업이 시작된 7일부터 12일까지 엿새간 철강업계의 피해 규모는 6975억원으로 집계된다. 철강업계는 산업부의 집계가 포스코·현대제철 등 일부 대표기업에 국한된 데다 집계 이후 파업이 사흘 더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총파업 기간 중 철강업계에서만 1조5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파업이 끝났어도 운영 차질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재 운송되고 있는 제품은 총파업 기간 출하되지 못한 물량이다. 철강사는 물류 적체로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어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쌓인 재고가 모두 출하되는 데 최소 10일 이상이 걸린다. 재고 출하량에 따라 생산량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총파업 이전 수준의 생산·출하량을 회복하기 위해선 최대 보름여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중견 철강사 사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물동이 재개됐지만 포스코·현대제철 등으로부터 납품받는 원자재가 정상 조업이 가능한 수준까지 입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업 기간 쌓아둔 제품도 제대로 출하되지 않아 원자재를 보관할 공간도 마땅찮은 상황이라 피해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석유화학업계도 비슷하다. 적재율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줄었는데 주요 업체별 창고 적재 일수가 1주일 남짓이어서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7~10일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산업부는 파업 초기 6일간 석유화학업계 피해액이 5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파업이 3일간 연장되고 최대 10일간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하다고 보면 1조5000억원 안팎의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산업부의 초기 6일의 피해 규모 추산이 8개사만 대상으로 산정된 점을 감안해 32개사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피해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기준으로 보면 총파업과 총파업 후유증으로 석유화학업계에서만 3조5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시멘트 수급문제로 멈춰섰던 건설현장 정상화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15일 오전 정상 출하에 돌입했지만 내수유통의 30%가량을 담당하는 전용 운송차량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는 전국 2700여대로 제한적이고 절대적인 차량 운행시간 등을 감안하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피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물류 여건상 파업기간 발생한 누적 손실을 시멘트 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금은 하루 평균 150억원씩, 지난 14일까지 누적 1061억원에 달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시멘트 유통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특히 6~7월은 건설시장 계절적 성수기라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5400대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업계는 직접적인 손실보다 잠재적인 손실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카캐리어(완성차 운송 차량)의 파업 도중 이미 출고된 차량이 인도되지 못하거나 빠른 출고를 위해 직원이 직접 차를 운전해서 옮기는 '로드탁송'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인 상태다.

배를 통해 국내로 완성차가 들어오는 수입차의 경우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영향이 거의 없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과 신뢰도만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