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사노피 기술수출 치료제, 곧 1상 진입"

머니투데이 샌디에이고(미국)=박미리 기자 2022.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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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1.3조원 규모 기술이전 파킨슨병 치료제
" 이달 말 ABL001 마일스톤 유입"…자금 충분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24,300원 ▲350 +1.46%)(ABL바이오) 대표가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 현지에서 "올해 말 'ABL301'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BL301은 올해 초 에이비엘바이오가 프랑스 사노피에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이 대표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후 계획하는 임상물질'에 대해 "1년에 (임상물질이) 2개 정도 계속 나오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만큼 ABL301의 임상시험을 지켜보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단 표현인 셈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를 활용해 다수 면역항암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회사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각각 다른 항체들의 항원을 단백질 형태로 결합시킨 항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다중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단일항체 치료제보다 치료 효능을 높여주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이중항체 치료제 시장은 2023년 10억달러(1조28880억원)에서 2023년 93억달러(11조9784억원)까지 연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후보물질들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는 이중항체 '그랩바디-B' △종양에 대한 면역세포 활성을 유발하는 이중항체 '그랩바디-T' △두 가지 면역 스위치를 조절하는 이중항체 '그랩바디-I' 플랫폼 기반으로 구성된다. 그 동안 에이비엘바이오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를 주로 공략해 연구 초기단계부터 기술이전을 꾀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ABL301 외에 항암제 후보물질 'ABL001'(한독·미국 콤패스), 'ABL104 및 ABL105'(유한양행), 'ABL202'(중국 시스톤) 등이다.



이중 그랩바디-B 기반인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연초 프랑스 사노피에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이전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계약 규모만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3652억원), 이중 반환 의무없는 계약금이 7500만달러(966억원)로 7%가 넘는다. 여기에다 향후 제품 상용화 시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다. 사노피는 ABL301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을 갖고,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하는 ABL301의 남은 전임상 연구와 임상 1상도 지원한다.

사노피 기술이전 후 에이비엘바이오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이는 이번 바이오USA에서도 확인됐다. 이 대표는 "사노피 딜 이후 테크놀로지에 대해 자세히 보자 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일종의 검증이 된 것"이라며 "저희로선 전보다 입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노피가 (ABL301 기반이 되는) BBB셔틀에 대해 검증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검증하겠다는 이들이 없다"며 "기술을 다시 볼 필요는 없고 추가적으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보겠다는 요청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랩바디-T 기반 항암제들의 임상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항암제가 3개"라며 "항암제 대부분은 1상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항암제는 임상 결과가 훨씬 더 중요해 1상이 끝나면 딜 사이즈가 커질 수 있다"며 "1상 전 딜보다 의미있는 1상 데이터가 나오면 충분히 딜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연말이나 내년 이들 임상에서 의미있는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추가 기술이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바이오USA 기간 동안 30여개 글로벌 제약사들과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바이오USA는 연구성과 발표가 메인인 여타 학회와 달리 기술수출, 투자 유치 등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파트너링 미팅이 주된 목적이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ABL501, 503, 111, 105은 기술이전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후엔 자사가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물질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자사가 단독으로 임상 2상, 3상을 진행할 자본력이나 능력이 없다"며 "지금 당장은 연구조직으로서 로얄티를 받는 구조가 맞다"고 말했다.

과거 기술이전에 따른 마일스톤도 연내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이달 말 나스닥 상장사 콤패스에 판 ABL001, 연내 레고켐바이오와 공동개발한 물질(진행성 B세포 림프종 및 고형암 치료제)에 대한 마일스톤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 오기 전 사노피를 통해 1500억원 정도 현금을 마련했다"며 "사노피에서 (계약금을) 달러로 받아 환차익도 있고 (임상시험을 위한) 현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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