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22.06.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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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i(인플레이션) 시대 생존전략] ②인플레이션 얼마나 갈까? /
OECD 물가상승률 전망치 2배 높게 수정…
IMF 세계은행 성장률 전망치는 수차례 하향

편집자주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15일 한 소비자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번화가에 있는 식료품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게 외부에 육류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AFPBBNews=뉴스1지난 15일 한 소비자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번화가에 있는 식료품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게 외부에 육류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AFPBBNews=뉴스1


역사적 수준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향후 경기 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금리 인상 노력이 '먹히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풀리고 경제도 호조를 보이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이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역사적 고점 수준…"아직 정점 아니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달 초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1988년 9.8%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다.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 전망치 4.4%보다 2배 높아진 수치다.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됐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무색할 정도로 물가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인플레 우려에 불을 지폈다. 1년 전보다 8.6% 올랐는데, 1981년 이래 최고치다.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가시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며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는데, 곧이어 15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단행했다.

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각각 40년, 37년여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 등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률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치솟는 물가에 유럽 중앙은행도 다음달 11년 만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고꾸라지는 성장률…IMF·세계은행 하향조정 이어가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거듭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7일 내놓은 '글로벌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보다 1.2%포인트 내린 2.9%로 수정 제시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오는 7월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게 되면 올해 세 번째 하향 조정이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지난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많은 일들이 발생했으며 이는 추가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앞서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0.8%포인트 낮춘 3.6%로 전망했다.

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인플레 대응 이미 늦었다" 질타…내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론 힘 실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맞이했다는 일부 견해는 힘을 잃고 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이끌어낸 예상 밖 물가지표 등으로 인해 기존 견해는 수정되고 있다. 지난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경기침체 위험이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웰스파고 증권의 크리스 하비 주식전략 헤드는 "단기적 불황은 이제 기정사실화 됐다"며 "이제 문제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오래 갈지, 그리고 기업 수익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라고 말했다.

전직 미국 관료들도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발 늦었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경고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기는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예고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FPBBNews=뉴스1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FPBBNews=뉴스1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역사적인 최고점에 가깝다며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를 이끌어 내는 것만이 물가 상승을 잠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는 경기침체의 위험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80%로 봤다.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내년 안에 경기침체로 접어든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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