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다음은 '부동산'…美 고가주택 거래 18% 줄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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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다음은 '부동산'…美 고가주택 거래 18% 줄었다


미국의 강남 부동산이라 할 수 있는 고가 주택시장에서 매수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매도 호가가 낮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금리 인상과 증시 급락으로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고가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의 조사 결과 부동산시장의 가격 상위 5% 이내에 드는 고가 주택 거래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6월에 고가 주택 거래가 1년 전에 비해 23.6% 급감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뉴욕주 나소 카운티의 고가 주택 거래가 43.5%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이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35.1%), 텍사스주 댈러스(-33.9%)와 오스틴(-33%),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32.8%) 순이었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셰하랴 보카리에 따르면 고가 주택 가격은 아직 요지부동이지만 거래 건수는 지난해 3~5월 3개월간 1년 전 대비 79.6% 급증하며 정점을 찍은 뒤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세란트의 CEO(최고경영자)인 라이언 세란트는 "미국 전역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인식이 있다"며 "매수자들이 고점에 발목이 잡힐 것을 우려하며 주택 구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 맨해튼에서 50억원 넘는 고가 주택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사 도나 올샨은 지난해 말 고가 주택 거래가 2006년 이후 최대로 늘었으나 지난 5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첫째 주에 거래된 43건의 고가 주택 가운데 1000만달러(약 128억원) 이상 주택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는 2020년 9월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증시 급락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레드핀에 따르면 아직 상위 5%에 드는 고가 주택 가격은 상승세가 둔화됐을 뿐 하락 조짐은 없다. 미국 고가 주택의 중간 가격은 지난 2~4월 3개월간 1년 전에 비해 19.8% 올랐다. 이는 지난해 2~4월의 가격 상승률 27.5%에 비해서는 둔화된 것이다. 소더비 인터내셔널 부동산의 니키 필드는 주택 매도자들이 가격을 깎지 않고 있으나 매수자들은 "낮은 수준의 가격을 매도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 주택 중개사인 리처드 스타인버그는 초고가 주택 매수자들은 금리에 크게 개의치 않지만, 금융시장 조정이 결국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며 주택 매수를 늦춘다고 설명한다.


네스트 식커 인터내셔널의 중개사인 에린 사익스는 지난 몇 주일간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주택 보유자들이 "현실 점검의 시간"을 갖게 됐다며 "그들은 부동산을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게임으로 생각했지만 부동산에도 불패 신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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