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쟁법센터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세미나'를 열었다./사진=유재희 기자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 세미나'에서 이봉의 서울대 경쟁법센터장은 "공정위가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총수 1인에게 지우는 방식이 그룹 경영의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를 비롯해 법조계·학계에선 지정자료 제출 책임을 총수 1명에게 온전히 지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의 특수관계인 중 하나인 친족(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현황, 임원의 경제활동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자료를 매년 총수가 누락 없이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봉의 교수는 지정자료 제출 부담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반드시 총수에게 요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문언상 매우 광범위한 '총수 관련자'에게 요청해도 무방하다"며 "총수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할) 대표회사를 신청받아 그 회사가 제출하는 방식 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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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공정위는 2020년 2월 지정자료 제출 누락 혐의로 대기업집단 네이버의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주된 혐의는 이 창업자가 2015년 제출한 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GIO와 실무 담당자들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불기소 처분했다.
지정자료 제출 누락 시 총수에 대한 제재(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위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봉의 교수는 "지정자료 제출 요청은 그 성격상 상대방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완벽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현행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필요 시 과태료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기업집단 및 총수 관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에 과도한 범위의 친족 현황 파악을 요구하고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총수가 사실상 지배하지 않음에도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포함되는 경우 기업집단에 과도한 수범 의무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