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누리꾼 A씨는 '내가 겪은 재판 썰'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는 "길고 길었던 재판이 끝나고 이제야 내 생활에도 안정이 조금은 찾아온 거 같아서 글을 써본다"고 운을 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어 "헌병대와 군 검찰에 진술한 내용으로 판사에게 진술하러 갔을 때가 정말 힘들었다. 법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치게 될까 봐 사시나무 떨듯이 떠니까 서기가 가해자를 퇴정 조치해주더라. 그리고 증언했는데, 그날 겪었던 일을 회상해서 진술해야 하는 게 지옥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힘으로 누르는데 저항하기 어려웠다. '부사관 임용 당시 체력 평가 통과했냐'고 묻길래 '통과했다'고 하니까 '이상입니다'하면서 내가 할 말도 끊더라"고 황당해했다.
A씨는 "그리고 내가 동성애자이고 가해자를 꾀어서 강제가 아닌 합의로 성관계를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정말 역겨웠다. 피해 사실을 친구들한테 얘기했었던 카톡 증거를 보면서 '친구들도 동성애자 아니냐'고 묻는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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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후 판사가 '당시 옷은 누가 벗겼냐' '행위를 할 때 자세는 어땠냐' 등 진술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증언만 1시간 넘게 한 것 같다. 마지막엔 울음이 나와서 더이상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아버지가 부축해 주셔서 차를 타고 집에 왔다. 거의 기절 상태였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A씨는 "증언한 날로부터 4개월 정도가 지나서 1심 판결이 났다. 가해자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로 내가 동성애자인 걸 조사하지 않았다며 편파 수사를 주장하며 항소하는 걸로 1심이 마무리됐다"며 "반응이 좋으면 항소심에 대한 내용도 써 보겠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