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다 '텅장' 될라…서울 집 '팔자' 6만건, '사자'는 없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6.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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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새 27%↑…5월 실거래는 전년비 4분의1로 급감
세 부담·대출 규제 완화에도 금리인상 속 매수 심리 '위축'

서울 용산구 일대의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용산구 일대의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어났지만 실거래 건수는 되레 줄어들고 있다. 새 정부가 세금을 줄이고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내집마련 지원책을 추진해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매매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서다. 무주택자 내집마련은 물론, 1주택자가 기존 집을 처분하고 이사하는 갈아타기까지 모두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물 대선 후 약 27% 증가...실거래 건수는 줄어
지난 7일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아실(asil)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1223건으로 지난 대선 직전인 3개월 전보다 1만2915건(26.7%) 증가했다.



하지만 실거래 건수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194건으로 지난해 5월(4901건)의 1/4 수준에 그쳤다. 올해 2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815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월 1000건 이하 거래량을 기록했다.

새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중과를 유예하면서 매도 의사를 밝힌 집주인은 늘었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례로 3885가구 대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달 등록된 매매 거래가 2건에 불과했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기산일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거래량이 적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값 고점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매수세가 꺾인 데다, 시중 금리가 올라 원리금과 이자 상환 부담도 급증한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3년 전보다 월부담 70만원↑
주택담보대출 5억원을 받은 경우 대출 시점에 따라 월 상환액이 큰 차이가 난다. 3년 전 연 2.5% 금리에 3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월 상환액이 198만원이었지만, 최근 5% 금리를 적용해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면 월 상환액이 268만원으로 이전보다 70만원 가량 늘어난다. 고정 생활비 지출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새 정부가 월 부담액을 낮추기 위해 40~50년 초장기론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리상승 국면에선 큰 효과가 없고, 전체 이자 부담액은 급증하는 부작용도 있다.


만약 5억원을 5% 금리, 5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한 경우 월 상환액은 227만으로 30년 상환 조건보다 약 40만원 줄지만, 갚아야 할 이자 총액은 4억6638만원에서 8억6242만원으로 4억원가량 늘어난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사진제공=뉴시스
금리인상기 이후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주택을 팔고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금리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집값 하락 우려가 상존하는 현실에선 불확실성이 크다.

반면 매월 200만~250만원 가량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집마련이 나은 선택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문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집값이 지금보다 낮아질 때를 기다려 신규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앞으로 전월셋값이 더 오르고 물가상승 등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실거주용 1주택은 서둘러 마련해야 손해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맞선다.

패닉바잉 가능성 낮지만 내집마련 수요는 여전
전문가들은 2019~2020년 집중적으로 나타난 2030세대의 이른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동안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올랐고 생애최초 구입 등을 제외한 대출 규제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에 육박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추격 매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월세값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 분양가상한제 개편으로 서울 시내에 공급될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로 공급될 경우 청약 경쟁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추점제를 늘린다면 자금력이 되는 실수요자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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