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중국 격찬한 이유, 中이 '테슬라' 받은 더 큰 이유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06.0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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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테슬라 상하이공장/사진=중국 인터넷테슬라 상하이공장/사진=중국 인터넷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중국을 격찬하고 있다.

지난 30일 일론 머스크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아주 적은 사람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영역에서 세계 선두다. 당신이 중국을 어떻게 보든지 간에 이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중국에서 매우 강력한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에는 제조업에 강한 신념을 가진, 재능이 뛰어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들은 자정에 불을 밝힐 뿐 아니라 새벽 3시에도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의 웨이보/사진=웨이보 캡처일론 머스크의 웨이보/사진=웨이보 캡처
아마 머스크는 현재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2교대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상하이공장의 근로자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최근 머스크는 한 유튜브채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 근로자의 직업 윤리(work ethic)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본격적인 테슬라 성장의 계기가 된 상하이공장
테슬라 상하이공장은 테슬라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한 생산기지다. 지난 2018년 테슬라는 '모델 3'가 시장의 호평을 얻었으나 양산이 계속 지연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파산 위험이 커져갔다.



이때 머스크가 돌파구를 모색하며 상하이공장 건설이라는 과감한 베팅을 한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분야의 외자 지분제한을 철폐하자 외국 자동차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현지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상하이공장 건설에 나섰다.

중국 역시 통 큰 베팅을 했다. 상하이시 정부가 테슬라의 상하이공장을 허가한 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 고조되던 2018년 하반기다. 상하이시는 86만5000㎡에 달하는 공장부지를 테슬라에게 시장가격의 10%에 불과한 9억7300만 위안(약 1850억원)에 불하한다.

또한 중국 금융기관들이 약 200억 위안(약 3조8000억원)을 3.9%에 불과한 저금리에 대출해줬기 때문에 테슬라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상하이공장을 건설했다. 상하이공장은 2018년 10월 공장부지를 불하받은 후 2019년 1월 착공, 12월 자동차 생산 시작, 2020년 1월 양산에 진입하는 등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2020년 1월 7일 모델 3 인도식의 일론 머스크/AFPBBNews=뉴스12020년 1월 7일 모델 3 인도식의 일론 머스크/AFPBBNews=뉴스1
불과 1년 만에 공장 착공에서 자동차 양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머스크는 입이 귀에 걸렸다. 2020년 1월 7일 상하이공장에서 진행된 모델3 인도식에서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흥에 겨워 막춤을 춘 건 유명한 일화다.

지난해 상하이공장은 48만4130대를 인도하며 테슬라 전체 인도량(93만6000대)의 51.7%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테슬라의 상하이2공장 건설계획이 보도됐으나, 2공장보다는 기존 공장을 확장해 연간 생산능력을 약 100만대까지 증가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메기'? 상하이시 정부의 '빅 픽처'
2019년 상하이시는 테슬라와 상하이공장 투자를 협의할 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부터 테슬라는 상하이시에 22억3000만 위안(약 424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다. 만약 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공장부지를 반환한다. △향후 5년 이내 상하이공장에 140억8000만 위안(약 2조6800억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부품의 100% 현지화를 추진한다.

세금 납부와 자본 투자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전기차 부품의 현지화 추진이다. 상하이시 정부는 장기적으로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의 100%를 현지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전기차 산업 클러스터 형성이 가속화됐다.

현재 테슬라는 중국에 수백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있으며 CATL, 우시리드, 간펑리튬 티엔치리튬 등 각 분야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한 업체도 다수다. 중국 전기차 부품업체들이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테슬라에 납품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고, 다시 이들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업체에 납품함으로서 중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 베이징의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모델3/AFPBBNews=뉴스1중국 베이징의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모델3/AFPBBNews=뉴스1
또한 테슬라라는 '메기'가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 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성능 향상에 나섰다. 테슬라는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 가격을 20% 넘게 낮추며 30만 위안(약 57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했고 모델3는 2020년 13만7459대가 판매되면서 중국 전기차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중국이 테슬라를 끌어들인 건 전기차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품질개선 속도가 지지부진한 BYD 등 중국 업체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치열한 경쟁 환경이 전체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메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아직 중국 전기차가 갈 길은 멀다. 허샤오펑 샤오펑(Xpeng) 최고경영자는 일론 머스크의 "중국 전기차가 세계 선두"라는 발언에 대해 "중국이 전기차 영역에서 세계 선두에 서있는 건 맞지만,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중국이 첫 단추를 잘 꿴 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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